[커버스토리 : 대선, 내삶을 바꿀까]
경기도 외곽의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정 씨에겐 반려견 보리가 전부다. 매일 아침 산책하고 출근 전 물과 사료를 갈아놓고 퇴근 후 함께 식사를 한다. “1인 가구인데 혼자가 아니죠. 둘이서 사는 거예요.”
법과 제도는 이 특별한 가구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병원, 식당, 보험, 심지어 사고·사망 시 대처까지. 보리는 법적으로 물건이고 정 씨는 그 소유자일 뿐이다. “반려가구는 늘어나는데 법적 제도와 정책 현실은 전혀 따라오지 못해요. 부디 이번 대선 공약은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백지수표’ 병원비 공포보리는 과거 유기견 보호소에서 구조된 개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됐고 초기 치료비는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시보호소 지원금은 30만원이 전부였다. “보험도 있어요. 그런데 보장 안 되는 항목이 너무 많아요. 쓸 수가 없죠.” 정 씨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가장 두려운 순간 중 하나가 병원 앞에서 영수증을 기다릴 때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반려동물의 의료비 지원은 주요 정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진료비 부담 경감을 반려동물 정책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법은 각기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표준수가제 도입, 부가가치세 면제, 공공 진료소 설치 등 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표준수가제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일정 기준 아래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독일은 최저금액의 최대 3배 이내에서만 책정하도록 제한하는 포괄수가제를 운영 중이다. 정 씨는 “보호자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정책”이라면서도 “수의사 단체나 보험업계의 반발로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진료 항목별 가격의 온라인 공개, 진료기록 의무 제공 등 정보 공개를 통해 보호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조 개편보다는 현실적인 접근이지만 이 역시 업계 저항이 불가피하다. 정 씨는 “민주당 안은 구조를 바꾸려는 방향이고 국민의힘 안은 지금 당장의 공포를 덜어주는 방식으로 보인다”며 “두 공약 모두 단계적으로라도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이지만 밥은 따로병원비만큼이나 절실한 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 씨가 주말마다 찾던 단골 브런치 가게는 올해 초 출입구에 ‘반려견 금지’ 스티커를 붙였다. 예전엔 개모차를 끌고 들어가도 제지하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다른 손님 민원과 위생 신고가 들어왔다”는 안내문이 붙은 뒤 가게는 입장을 막았다. 정 씨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전국 애견 동반 지도–갈 수 있어 강아지도’ 앱의 신뢰도도 떨어졌다고 말한다. “안내는 돼 있지만 막상 전화해 보면 폐점했거나 ‘이제는 불가하다’는 데가 많아요.”
과거에도 식품위생법상 영업장 분리 규정은 존재했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 모두 사실상 이를 무시해왔고 ‘사문화된 규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민원이 급증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분리 기준 위반 사례를 점검하기 시작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반려견 출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반려인들은 “올해 들어 확연히 체감할 정도로 동반 가능 업소가 줄었다”고 말한다.
이 밖에 공원, 대중교통, 카페, 숙박시설 등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이동하거나 머무를 수 있는 공공 인프라 전반이 여전히 열악하다. “친구를 만나려면 보리를 집에 두고 나가야 해요. 근데 그렇게 못하겠으니까,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거죠.” 정 씨는 단순한 불편이 아닌, 반려가구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배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25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반려동물(개·고양이)의 음식점 출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반 음식점에 대한 위생·시설 기준, 행정처분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6월 5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 개정안과 관련한 법령 개정 추진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또한 그는 펫파크, 산책로, 지하철 목줄 거치대 등 생활 기반 인프라 조성도 함께 약속했다. 입법예고 상태는 아직 ‘공포 전’ 단계이므로 향후 정권 의지나 국회 논의 과정에 따라 무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따라서 대선후보가 이를 공약화했다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의 제도화 추진을 의미하며, 선거 이후 해당 안건이 국정과제나 대통령령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미가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반려동물을 ‘건강·영양·습성까지 고려한 생애주기 복지의 주체’로 접근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했지만 공공공간에서의 동반 문제나 시설 기준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도 언급은 없었다. 유기동물 문제는 사회문제정 씨가 주목하는 또 다른 공약은 유기동물 구조 문제다. 그가 입양한 보리 역시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보호소 출신이었다. 정 씨는 “유기동물 문제는 비반려인도 겪을 수 있는 사회적 공공의 문제인데 왜 지금도 일반 후원자의 책임으로만 남아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반려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실질적 보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는 ‘돌봄’보다 ‘보관’에 가깝고 경우에 따라 과밀 수용, 감금, 형식적 안락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시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도 수용하지 못해 넘치는 유기동물 보호를 결국 민간 보호소와 일반 시민이 떠맡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락사를 피한 동물의 구조와 치료, 입양 과정 대부분이 일반 후원자의 사비와 기부에 의존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유기동물 문제를 입양 장려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발생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개입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불법 번식장, 무분별한 펫숍 영업, 충동적 입양은 여전히 제도 안에서 방치돼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한 유기의 책임은 고스란히 보호자 개인과 후원자에게 떠넘겨진다.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 바탕으로 유기동물 공약을 설계했다. 동물학대 가해자에 대한 사육 금지 조치, 불법 번식장 및 유사 보호시설 규제, 보호소를 가장한 영리업체(신종 펫숍)의 운영·홍보 제한, 지자체 보호소의 환경·운영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해당 공약은 정부의 ‘동물복지 5개년 계획’과 연동된 실행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 동물권 단체로부터 “단순 선언을 넘어 제도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기 예방 차원에서의 불법 번식장 규제와 공공 보호소 개혁을 과제로 명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유기동물 입양 지원, 입양 가구 대상 교육 및 진료비 보조, 동물 등록제 개선, 입양 플랫폼 운영 등 입양 이후 관리와 산업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유기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접근은 없어 아쉽다는 평가다.
이 후보가 동물을 생애주기 단위의 복지 대상으로 인식하며 제도·기관·철학의 구조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김 후보는 생활 밀착형 정책과 산업 육성 중심의 체감형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약의 깊이는 민주당에, 실용성은 국민의힘에 각각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5월 21일 기준 아직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주인 부재 시 개는 어디로정 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고는 자신이 갑작스레 사라지는 상황이다. 1인 가구인 그가 사고나 병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반려견 보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 누구도 보리를 데려갈 의무가 없어요. 결국엔 굶거나 유기견 보호소로 가겠죠.” 실제 1인 가구 보호자의 사망 후 반려동물이 방치되다 굶어 죽거나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 동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며 재산 분류 중 ‘유체물’로 정의된다. 즉 동물은 민법상 인간과의 관계에서 보호·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소유’ 또는 ‘처분’의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법적 지위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현실과 괴리를 낳고 있다. 보호자가 사망해도 동물은 단순한 재산으로 취급되며 상속인에게 돌봄 의무는 없다. 긴급 보호 시스템도 없고 유언장이나 신탁 제도는 일부 고소득층만 활용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생명’으로 대우받기 위해선 민법상의 지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이미 민법상 동물은 ‘특수한 존재’로 규정하고 물건과는 다른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1년 이후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법은 동물을 상해하거나 죽여도 단순한 재물 손괴로 취급한다. 경매나 강제집행, 이혼 시 재산분할에서도 동물은 여전히 ‘물건’의 논리 안에서만 존재한다.
이 문제는 정 씨 개인의 두려움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가구의 시스템 공백을 상징한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민법 개정 등은 공약에서 빠졌다. 정 씨는 “정치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겠다면 민법 개정은 피할 수 없는 숙제”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외곽의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정 씨에겐 반려견 보리가 전부다. 매일 아침 산책하고 출근 전 물과 사료를 갈아놓고 퇴근 후 함께 식사를 한다. “1인 가구인데 혼자가 아니죠. 둘이서 사는 거예요.”
법과 제도는 이 특별한 가구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병원, 식당, 보험, 심지어 사고·사망 시 대처까지. 보리는 법적으로 물건이고 정 씨는 그 소유자일 뿐이다. “반려가구는 늘어나는데 법적 제도와 정책 현실은 전혀 따라오지 못해요. 부디 이번 대선 공약은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백지수표’ 병원비 공포보리는 과거 유기견 보호소에서 구조된 개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됐고 초기 치료비는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시보호소 지원금은 30만원이 전부였다. “보험도 있어요. 그런데 보장 안 되는 항목이 너무 많아요. 쓸 수가 없죠.” 정 씨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가장 두려운 순간 중 하나가 병원 앞에서 영수증을 기다릴 때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반려동물의 의료비 지원은 주요 정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진료비 부담 경감을 반려동물 정책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법은 각기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표준수가제 도입, 부가가치세 면제, 공공 진료소 설치 등 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표준수가제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일정 기준 아래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독일은 최저금액의 최대 3배 이내에서만 책정하도록 제한하는 포괄수가제를 운영 중이다. 정 씨는 “보호자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정책”이라면서도 “수의사 단체나 보험업계의 반발로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진료 항목별 가격의 온라인 공개, 진료기록 의무 제공 등 정보 공개를 통해 보호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조 개편보다는 현실적인 접근이지만 이 역시 업계 저항이 불가피하다. 정 씨는 “민주당 안은 구조를 바꾸려는 방향이고 국민의힘 안은 지금 당장의 공포를 덜어주는 방식으로 보인다”며 “두 공약 모두 단계적으로라도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이지만 밥은 따로병원비만큼이나 절실한 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 씨가 주말마다 찾던 단골 브런치 가게는 올해 초 출입구에 ‘반려견 금지’ 스티커를 붙였다. 예전엔 개모차를 끌고 들어가도 제지하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다른 손님 민원과 위생 신고가 들어왔다”는 안내문이 붙은 뒤 가게는 입장을 막았다. 정 씨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전국 애견 동반 지도–갈 수 있어 강아지도’ 앱의 신뢰도도 떨어졌다고 말한다. “안내는 돼 있지만 막상 전화해 보면 폐점했거나 ‘이제는 불가하다’는 데가 많아요.”
과거에도 식품위생법상 영업장 분리 규정은 존재했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 모두 사실상 이를 무시해왔고 ‘사문화된 규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민원이 급증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분리 기준 위반 사례를 점검하기 시작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반려견 출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반려인들은 “올해 들어 확연히 체감할 정도로 동반 가능 업소가 줄었다”고 말한다.
이 밖에 공원, 대중교통, 카페, 숙박시설 등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이동하거나 머무를 수 있는 공공 인프라 전반이 여전히 열악하다. “친구를 만나려면 보리를 집에 두고 나가야 해요. 근데 그렇게 못하겠으니까,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거죠.” 정 씨는 단순한 불편이 아닌, 반려가구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배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25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반려동물(개·고양이)의 음식점 출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반 음식점에 대한 위생·시설 기준, 행정처분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6월 5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 개정안과 관련한 법령 개정 추진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또한 그는 펫파크, 산책로, 지하철 목줄 거치대 등 생활 기반 인프라 조성도 함께 약속했다. 입법예고 상태는 아직 ‘공포 전’ 단계이므로 향후 정권 의지나 국회 논의 과정에 따라 무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따라서 대선후보가 이를 공약화했다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의 제도화 추진을 의미하며, 선거 이후 해당 안건이 국정과제나 대통령령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실질적 의미가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반려동물을 ‘건강·영양·습성까지 고려한 생애주기 복지의 주체’로 접근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했지만 공공공간에서의 동반 문제나 시설 기준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도 언급은 없었다. 유기동물 문제는 사회문제정 씨가 주목하는 또 다른 공약은 유기동물 구조 문제다. 그가 입양한 보리 역시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보호소 출신이었다. 정 씨는 “유기동물 문제는 비반려인도 겪을 수 있는 사회적 공공의 문제인데 왜 지금도 일반 후원자의 책임으로만 남아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반려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실질적 보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는 ‘돌봄’보다 ‘보관’에 가깝고 경우에 따라 과밀 수용, 감금, 형식적 안락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시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도 수용하지 못해 넘치는 유기동물 보호를 결국 민간 보호소와 일반 시민이 떠맡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락사를 피한 동물의 구조와 치료, 입양 과정 대부분이 일반 후원자의 사비와 기부에 의존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유기동물 문제를 입양 장려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발생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개입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불법 번식장, 무분별한 펫숍 영업, 충동적 입양은 여전히 제도 안에서 방치돼 있고, 그 결과로 발생한 유기의 책임은 고스란히 보호자 개인과 후원자에게 떠넘겨진다.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 바탕으로 유기동물 공약을 설계했다. 동물학대 가해자에 대한 사육 금지 조치, 불법 번식장 및 유사 보호시설 규제, 보호소를 가장한 영리업체(신종 펫숍)의 운영·홍보 제한, 지자체 보호소의 환경·운영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해당 공약은 정부의 ‘동물복지 5개년 계획’과 연동된 실행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 동물권 단체로부터 “단순 선언을 넘어 제도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기 예방 차원에서의 불법 번식장 규제와 공공 보호소 개혁을 과제로 명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유기동물 입양 지원, 입양 가구 대상 교육 및 진료비 보조, 동물 등록제 개선, 입양 플랫폼 운영 등 입양 이후 관리와 산업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유기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접근은 없어 아쉽다는 평가다.
이 후보가 동물을 생애주기 단위의 복지 대상으로 인식하며 제도·기관·철학의 구조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김 후보는 생활 밀착형 정책과 산업 육성 중심의 체감형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약의 깊이는 민주당에, 실용성은 국민의힘에 각각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5월 21일 기준 아직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주인 부재 시 개는 어디로정 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고는 자신이 갑작스레 사라지는 상황이다. 1인 가구인 그가 사고나 병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반려견 보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 누구도 보리를 데려갈 의무가 없어요. 결국엔 굶거나 유기견 보호소로 가겠죠.” 실제 1인 가구 보호자의 사망 후 반려동물이 방치되다 굶어 죽거나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 동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며 재산 분류 중 ‘유체물’로 정의된다. 즉 동물은 민법상 인간과의 관계에서 보호·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소유’ 또는 ‘처분’의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법적 지위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현실과 괴리를 낳고 있다. 보호자가 사망해도 동물은 단순한 재산으로 취급되며 상속인에게 돌봄 의무는 없다. 긴급 보호 시스템도 없고 유언장이나 신탁 제도는 일부 고소득층만 활용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생명’으로 대우받기 위해선 민법상의 지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이미 민법상 동물은 ‘특수한 존재’로 규정하고 물건과는 다른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1년 이후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법은 동물을 상해하거나 죽여도 단순한 재물 손괴로 취급한다. 경매나 강제집행, 이혼 시 재산분할에서도 동물은 여전히 ‘물건’의 논리 안에서만 존재한다.
이 문제는 정 씨 개인의 두려움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가구의 시스템 공백을 상징한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민법 개정 등은 공약에서 빠졌다. 정 씨는 “정치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겠다면 민법 개정은 피할 수 없는 숙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