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판결로 촉발된 사법부 안팎 논란을 다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5일 회의가 열릴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정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내에 자중을 지시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사법부 공격은 갈수록 도를 넘는 양상이다.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맡기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3일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대법관이 되려면 변호사 자격이 있고 2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등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해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하고 최대 10명까지 임명할 수 있게 했다.
우리 사회의 가치관 변화 흐름을 판결에 담아내기 위해 엘리트 남성 법관 중심인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최고 법원에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를 앉혀도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권 입맛대로 누구나 앉힐 수 있는 자리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국민의힘의 지적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가 “개별 의원들의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 그 문제에 매달릴 만큼 여유롭지 않다”며 선을 그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탄핵과 특검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사실상의 ‘4심제’를 도입하는 법안도 상정했다. 모두 대법원에 대한 보복성 법안이라는 의심을 살 만한 것들이다.
아무리 절실하다 해도 사법 개혁은 당과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긴 안목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이 후보도 인정했듯 서두르다 자칫 또 다른 국론 분열과 갈등만 낳을 수 있다. 단지 당에 자중을 주문할 게 아니라 법안 철회를 지시하는 게 마땅하다. 오늘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무게중심이 당초 '대법원 정치 편향 판결'에서 '사법 독립' 쪽으로 옮겨간 것의 의미 또한 무겁게 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