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난 불로 일대가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다. 이날 오전 7시 11분께 발생한 불은 꺼지지 않고 8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난 큰불이 13시간 넘게 꺼지지 않으면서 연기가 인근 주거지역까지 번지자 시민들의 대피 행렬이 시작됐다.
광주시와 광주 광산구는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400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를 설치해 17일 오후 6시부터 대피민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있다. 연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인접 4개 아파트단지의 입주민들이 1차 대피 대상자로, 600세대다. 대피는 이들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발생한 17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소촌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주민들이 대피소로 가는 버스에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화재로 발생하는 검은 연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접 4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위해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대피소를 마련했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검은연기로 인해 아파트 창문도 열지 못했고 빨래에도 검은 잿가루가 달라붙어 지워지지 않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연기 냄새로 인해 두통과 심하고 목 통증도 심하다고 한다. 화재로 인해 발생한 고무 잿가루가 주차된 차량에 달라 붙어 지워지지 않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도심 하늘을 덮은 검은 연기가 공장에서 10㎞ 이상 떨어진 남구, 북구 도심의 고층 건물에서도 목격됐다고 한다.
이날 화재는 아침 7시11분께 광주 광산구 송정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했다. 공장은 서쪽 공장(2공장)과 남쪽 공장(1공장)으로 구분되는데, 축구장 5개 규모인 서쪽 공장이 70% 이상 불에 탄 상태다. 금호타이어는 현장 수습이 끝날 때까지 광주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소방청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지방자치단체 소방력만으로 화재 대응이 어려운 경우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동원하는 조처다. 화재 현장에는 다량의 인화성 물질이 쌓여 있어 대구, 전북, 충남, 전남,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총 15대의 고성능 화학차가 동원됐다.
불은 타이어 원재료인 생고무와 화학 약품을 혼합하는 정련 공정 내 고무를 예열하는 장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날 불로 공장 직원 1명이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고, 소방대원 2명도 화상 등 상처를 입어 치료 중이다.
화재 진압에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불이 난 건물 안에 보관 중인 생고무 20t(톤) 등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완전히 불에 타야 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때는 완전히 진화하는 데 58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