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개 여성시민단체 참가자들이 17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여성폭력 스톱(STOP)’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다이인’(die-in·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장보인, 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은 ‘강남역 살인사건’ 9주기를 맞아 여성단체들이 추모제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를 비롯한 95개 여성시민단체는 17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9년 전 희생된 피해자를 추모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검은 옷을 입고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약 150명의 참가자는 굵은 빗줄기에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살아남은 우리가 외친다”, “페미니스트의 힘으로 여성폭력 끝장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여성폭력 스톱(STOP)’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다이인’(die-in·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여성폭력 정치가 책임져라”, “우리는 여성 폭력 책임질 대통령을 원한다” 등을 외치며 여성 대상 폭력 근절을 위한 정치권의 책임과 노력도 촉구했다.
추모 집회를 주관한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역사 속에서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이 한 번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는 또다시 투쟁으로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며 “강남역에서 시작된 투쟁이 사회적 흐름으로 이어졌듯 오늘 다시 모인 우리의 외침도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를 주최하는 여성·시민단체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지난 9년간 미투운동·딥페이크 규탄 시위 등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으나 여전히 여성들은 폭력과 차별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오후 6시부터 95개 여성시민단체가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 추모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 3시에는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이 지하철 4호선 미아역 1번 출구 앞에서 여성혐오 살인사건 규탄 시위를 열었다. 공동행동은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이자 여성 대상 테러”라며 “경찰이 미아역 여성 살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명명하고, 강력하게 수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강북구 미아역 근처 마트에서는 김성진(33)이 흉기 난동을 벌여 60대 여성 1명이 사망하고 40대 여성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