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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이 과제인 시대
‘삶의 질 끝까지 챙기는 것’이 사회의 책임
대통령 “연명의료 중단 인센티브” 지시 취소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잘살아 보세"라는 염원이 어느 정도 달성되자 "잘 죽어야 한다"는 미션이 등장했다. '잘' 죽는다는 건 뭘까. "덜 고통스럽게, 존엄을 지키며, 폐 끼치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연구·여론조사들에 나타난 인식이다. 잘 살다가 잘 죽으려면 뭘 준비해야 하나. 그 답을 구하려고 1년 전 '잘생, 잘사'라는 제목의 기사 연재를 시작했다. 죽음과 돌봄의 현장에서 '좋은 죽음'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호스피스 전문병원인 동백성루카병원은 일반병원이 포기한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거처다. '죽으러 가는 곳'이라 불리고는 하지만, 병원 풍경은 상상과 달랐다. 빛과 온기가 넘쳤다.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웃고 있었다. 입원하면 평균 3주 만에 눈을 감는데도 그랬다. "환자를 '어차피 죽을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김호성 진료과장은 말했다. 의식이 꺼지기 전까지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통증을 줄여주고 돌보는 것이 이곳 의료진의 일이다.

환자들은 아이 숙제를 봐주고, 인생 마지막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볕을 쪼이며 계절 냄새를 맡는다. 삶의 작은 기쁨들에 감탄한다. "아파서 당장 죽고 싶다고 하다가도 통증이 줄어들면 '내일 뭐 하지, 뭐 먹지'를 고민합니다. 삶은 결과가 아니고 그런 순간들로 이루어진 과정이에요. 말기 환자에게 '죽을 길을 빨리 열어 주는 것'과 '삶의 질을 끝까지 챙겨 주는 것' 중에 뭘 앞세워야 성숙한 사회일까요?"

몸이 튼튼하지 않은 사람, 미래가 창창하지 않은 사람의 삶의 질은 자주 방치된다. 요양원 보아스골든케어의 임수경 대표는 부모님을 제대로 돌봐줄 곳을 10년 넘게 찾아 헤매다 실패해 요양원을 직접 차렸다. 이곳의 노인들은 격리돼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다. 활기를 즐기고 배려를 나눈다. 임 대표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래?"라는 말을 싫어한다. "대소변 뒤처리 혼자 못하면 죽어야 하나요? 생명의 가치를 겨우 용변 문제로 따져도 돼요? 기저귀 차는 삶도 가치 있고 소중해요. 누릴 게 많아요."

"누구에게나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아픈 몸, 불편한 몸도 귀하다는 인식이다. 다른 전문가들의 말도 같았다. "스스로를 돌보는 '자조 능력'이 있어야 인간으로서 존엄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교육 때문이에요. 상실을 받아들이고 서로 도우며 사는 게 인생입니다."('우린 새롭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쓴 김녹두 작가·정신과 의사) "죽을 때도 타인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처리하고 애도하려면 손발 움직이는 노동이 있어야 해요."('죽은 다음'을 쓴 희정 작가·장례지도사)

법의학자로 3,000구 넘는 시신을 부검한 유성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죽음은 죽는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족의 미련도, 체면도 끼어들어선 안 된다. 그의 어머니도 스스로 결정한 방식으로 삶을 정리했다. 그 결정의 기준이 '비용'과 '효용'일 때가 많은 건 비극이다. "애들한테 병원비 많이 남기고 가면 어쩌나." "곧 죽을 텐데 의료자원 낭비잖아."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폐 끼칠 걱정부터 해야 한다는 건 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희정 작가)이다.

요컨대, 사람은 마지막까지 사는 존재이며, 그 마지막이 존엄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동료 시민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 '잘생, 잘사'의 1년차 결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말 정부 업무보고에서 "연명의료 중단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했다. "비용이 엄청 절감되고 치료비 지출이 많이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었다. 잘못된 지시다. 이렇게 고쳐 말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하든, 국가가 끝까지 국민을 돌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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