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철책·대전차 방벽·지뢰 매설 진행
철책·대전차 방벽·지뢰 매설 진행
2024년 6월 18일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북한군 수십명이 불모지 조성 및 지뢰 매설 등 이른바 ‘국경화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1월 기준 국경화 작업을 전체 구간의 약 20%까지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무단으로 진행 중인 국경화 작업을 전체 구간의 약 20% 수준까지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현재 방식과 인력 규모로 작업을 이어가면 2035년 안에 MDL 전체 구간 국경화를 완료할 전망이다.
1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군이 위성 등 정보자산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북한이 MDL 일대에서 진행 중인 국경화 작업을 현재 20% 수준까지 완료한 것을 확인했다. 국경화 작업은 군사적 요충지에 집중되지 않고 지형 조건과 작업 여건에 따라 전체 MDL 구간 일부에서 분산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MDL 전반을 사실상의 국경선으로 전환하려는 중장기 구상 아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뒤 2024년 4월부터 MDL 인근 지역에서 철책 설치, 대전차 방벽 건설,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보강 등 이른바 국경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약 20개월 동안 전술도로와 철책을 약 60㎞ 수준까지 늘리고, 지뢰지대도 구축했다. MDL을 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 기준에 맞춰 국경선을 무단 구축하는 실질적인 성벽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이 약 1년9개월간 전체 구간의 20%까지 작업을 완료한 것은 북한 국경화 작업의 속도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첫 기준점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현재와 같은 적대적 기조를 유지한 채 국경화 작업을 이어가면 향후 10년 안에 MDL 일대 국경 정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기조 변화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2035년쯤 완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국경화 작업은 MDL을 부정하는 것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20%까지 이미 완료했다면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정치적 국면 변화와 무관하게 국경화 상태를 지속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시적인 대남 압박용이었다면 특정 지역에 대규모 인력을 집중 투입해 속도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산발적인 방식으로 곳곳에서 국경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대북 유화책 국면에서도 해당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군은 북한의 국경화 작업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회담 제안에 어떠한 경로로든 응답한 사실이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의 MDL 일대 활동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관련 동향을 종합적으로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