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사 없이 심사 후 재구속"
인용 여부 결론 날 때까지 재판 중단
인용 여부 결론 날 때까지 재판 중단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위에서 두 번째 줄 맨 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위에서 세 번째 줄 중간)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2·3 불법계엄 여건 조성을 위해 '평양 무인기 작전'을 벌여 우리나라의 군사상 이익을 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재판부 교체를 요구했다. 재판부가 증거조사도 없이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지정하고 추가 구속해 "예단을 형성한 상태에서 재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이정엽) 심리로 12일 열린 윤 전 대통령 일반이적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다. 기피 신청은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측에서 법관 배제를 신청하는 제도이다. 이날 공판은 앞선 공판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기피 신청 직후 언론 공지를 내고 "본안 심리를 담당하는 재판부가 아직 공소장만 제출된 단계에서 어떠한 증거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피고인을 구속한 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과 재판 실무에 비춰볼 때 극히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란·외환 특별검사팀 요청에 따라 지난달 23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이달 2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변호인단은 또한 재판부가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피의자 신문 조서 및 진술 조서 등을 제출받아 구속심사 검토 자료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재판부가 이미 공소사실에 대한 예단을 형성한 상태에서 재판을 하고 있음을 강하게 의심케 하는 사정으로서, 재판부 스스로 회피가 요구되는 경우"라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공판기일을 3월 이후 주 3, 4회씩 집중 지정한 것에 대해 "이미 8건 이상 사건으로 재판받아야 하는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 이런 기일 지정은 구속 피고인의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해 극도로 불공정한 재판 진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일반이적 사건의 공소사실도 문제 삼았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윤 전 대통령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공소장 기재만으로도 관련 없음이 명백한데 불법 인신구속을 추가한 건 민주당 일당의 압박에 사법부 스스로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에 대해서도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재판은 당분간 중단된다. 다만 담당 재판부가 소송 지연을 목적으로 한 신청이라고 판단하면 곧바로 '간이 기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기피 신청의 인용·기각 결정을 내린다. 만약 기각돼도 피고인 측이 불복해 항고, 재항고할 수 있어 재판은 더 오래 중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