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통제로 시위 사망자 통계 저마다 달라
이란 대통령 "폭도 진압해야" 엄단 의지
이란 대통령 "폭도 진압해야" 엄단 의지
10일 이란 테헤란에서 촬영돼 소셜미디어(SNS)에 유통된 영상 속 사진에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 속에서도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시위가 2주 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기반 시민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위 기간 동안 544명이 숨지고, 1만6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르웨이 기반 시민 단체 이란인권(IHR)은 전날까지 최소 192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다만 단체는 "확인되지 않은 보고에 따르면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인터넷과 통신을 60시간 넘게 차단하면서 시민들의 피해 규모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테헤란의 한 의사를 인용해 6개 병원에서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실탄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주부터 인터넷·통신 등을 차단하는 한편 일부 지역에 신정체제 수호의 첨병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을 투입하며 시위 진압에 주력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안보·국방기관이 단호하게 진압해야 할 것"이라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고 국영 프레스TV가 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소수의 폭도들이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우리의 더 중요한 의무"라며 "폭동과 공공장소 공격, 모스크 방화, 그리고 '신의 책(쿠란)'을 불태우는 행위 등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이자 음모"라고 주장했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시위 사태에 개입할 의사를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이란 공격은 역내 모든 미군 기지와 군사시설, 함선 등을 합법적으로 공격 목표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12월 물가가 전년 대비 24.4% 치솟고 이란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란 당국이 올 3월 세금을 인상하고, 일부 수입업자에게 낮은 달러 환율을 적용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을 페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지 상인들의 반발을 촉발했다. 상인 계층은 현 정권의 주요 기반으로,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주요 세력이다.
시위는 경제 위기에 대한 불만에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청년과 중산층, 빈곤층까지 동참하면서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등과 같은 구호도 등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 자체만으로 이란 체제가 전복될 가능성은 현재까지 낮다고 봤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대안 세력이 형성되지 않은 데다 체제에 대한 지지 기반은 아직까지 확고하기 때문에 정권 위기 상황으로 보기에는 섣부르다"며 "강경 진압으로 반정부 또는 반저항 지도부 체제가 형성되면 커다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 내부에서는 팔레비 왕정의 복귀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며 "정부 나름대로의 경제난 해법을 제시해 시위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