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보정심에… 지역 배분이 관건
의료계는 벌써 “증원 축소” 군불
이달 내 결정 방침에 “성급” 의견도
의료계는 벌써 “증원 축소” 군불
이달 내 결정 방침에 “성급” 의견도
김태현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로부터 미래에 부족한 의사 수 전망치를 받아 2027년 의대정원 증원 규모 논의를 본격화했다. 의사 부족 상황이 비수도권·지역에서 극심한 만큼 증원의 성패는 지역별 배분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증원 규모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결정한다. 보정심 관계자는 1일 “단순 총원보다는 지역별 증원 규모에 초점을 둬야 생산적인 논의가 된다”며 “지역·환경별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의사 부족 수를) 검토한 뒤 상향식으로 총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보정심은 심의 기준에 ‘지역의료 격차’를 담았다. 지난 30일 활동을 종료한 추계위에서도 10차 회의에서 17개 지역별 수급추계가 이뤄졌다. 다만 의사 총량을 추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지역별 추계 결과까진 결론짓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2035년 기준 1535~4923명, 2040년 기준 5704~1만1136명이 부족하다는 총량만 발표했다.
의대 정원의 지역별 배분이 증원의 핵심 과제라는 점은 지난 정부에서도 확인됐다. 윤석열정부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의대 정원을 늘렸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의과대학과 의대생이 실습·수련하는 병원의 소재지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지역의 의대 정원을 늘렸더라도 그 효과는 서울·수도권에서 본 셈이다.
한 예로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성균관의대는 80명 증원이 이뤄졌지만, 실제 이들 의대생의 수련·교육을 맡은 강북·서울삼성병원은 서울에 있다. 강원도 소재 가톨릭관동의대도 정원이 51명 늘었는데, 실습·수련기관은 인천에 위치한 국제성모병원이다. 60명이 늘어난 충북 소재 건국의대도 주요 수련병원은 서울 건국대병원이다.
이처럼 지역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실제 교육·수련을 서울에서 마치게 되면 사실상 서울·수도권으로 의료 인력이 유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지역에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나 지역 의료 인력난 해결을 위해 신설되는 공공의대에 증원 인력을 일정 비율 이상 배정하는 방안이 이번 보정심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별 교육 여건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초의학 교수 부족, 열악한 인프라 등은 의대 증원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뚜렷한 재정 투입, 교원 확충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 한 실습 위주의 본과 강의부턴 교육 부실이 생길 수 있다. 의료계에선 2025·2026년 입학 의대생들이 더블링·트리플링(2~3개 학번이 동시 수업)된 점 등을 거론하며 증원 축소를 위한 군불을 때고 있다.
정부는 2027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되도록 이달 내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미지수다. 지난달 29일 보정심 1차 회의에서 정부 측 위원은 1월 안에는 의대 정원이 확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간 위원들을 중심으로 1월 내 결론은 성급하다는 반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