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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발라드 출시 3만곡…전년보다 2배 증가
가수 화사. 피네이션 제공
가수 화사. 피네이션 제공

느린 노래가 가요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초고속으로 소비되는 댄스음악이 차트를 뒤덮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연말 음원 차트 상위권에는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곡들이 줄줄이 걸렸다. ‘느린 노래의 부활’이라는 말이 되살아난 배경에는 한해 동안 쏟아진 발라드 신곡의 물량, 그리고 ‘미디엄템포’(중간 빠르기)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노래들의 대중적 흡인력이 겹쳐 있다.

일단 출시곡 자체가 늘었다. 1일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 자료를 보면 2025년 발라드 장르 출시곡 수는 3만32개에 달한다. 이는 2024년 1만5530개에서 약 두배 늘어난 수치다. 연간 차트 톱 100에 오른 발라드 곡은 2024년 17개에서 2025년 23개로 증가했다.

애초 한국 대중들은 발라드 같은 느린 노래를 선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는 조사 보고서에는 항상 ‘가장 즐겨 듣는 장르’로 발라드가 높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빠른 비트를 앞세운 케이(K)팝이 가요계 주류로 떠오르면서 2010년대 이후 느린 노래의 인기는 주춤했다.

지난해 발라드 신곡이 급증한 것은 제작과 유통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디지털 싱글 중심의 발매 관행이 굳어지며, 대형 기획사뿐 아니라 인디·중소 레이블도 ‘곡 단위’로 승부를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노래방, 쇼트폼 영상, 드라마·예능 삽입곡까지 이어지는 소비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감상용’ 노래가 다시 살아나는 토양이 마련됐다.

여성 듀오 다비치. 씨에이엠위더스 제공
여성 듀오 다비치. 씨에이엠위더스 제공

이런 신호를 차트 안으로 옮겨온 건 ‘미디엄템포 발라드’였다. 전통적인 발라드와 달리 너무 느리지 않게 전개되면서 후렴에서 감정의 고도를 끌어올리는 이 중간 빠르기의 발라드는, ‘느린 노래’가 필요한 순간을 정확히 겨냥했다. 대표적으로 마마무의 화사가 자리하고 있다. 화사는 지난해 ‘굿 굿바이’로 국내 주요 음원 차트 동시 1위에 오르는 ‘퍼펙트 올킬’을 480회나 기록하며 인기를 과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최대 히트곡이라 봐도 무방하다. 강렬하지만 서정적인 우즈의 팝 록 발라드 ‘드라우닝’도 지난해 내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지켰다.

여성 듀오 다비치 역시 지난 10월 발표한 ‘타임캡슐’로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을 계속해서 지키며 여전한 존재감을 증명했다. 짙은 감정과 입에 붙는 멜로디를 동시에 챙긴 곡들이, 발라드를 다시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당긴 셈이다.

미디엄템포의 매력은 발라드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데뷔 3년 만에 인기 정점을 찍은 케이팝 걸그룹 엔믹스 ‘블루 발렌타인’도 기존 케이팝보다 훨씬 느리며 발라드 감성의 멜로디가 살아있는 노래다. 신성 ‘올데이 프로젝트’의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원 모어 타임’도 기존 빠른 비트의 케이팝과 차별점을 보인다. 케이팝 쪽으로도 미디엄템포가 전이된 것이다.

가수 우즈.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우즈.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같은 흐름은 ‘신곡의 폭발’만이 아니라 ‘곡의 생명 연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히트곡이 리메이크되면서 세대 간 접점을 만들었다. 이무진의 ‘비와 당신’(영화 ‘라디오 스타’ 주제곡), 조이의 ‘안녕’(원곡 박혜경) 등이 사랑 받으며 곡의 재발견을 이끌어 냈다. 최근 종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SBS)도 높은 관심을 끌며 방송을 탄 노래들이 음원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레전드의 귀환’도 느린 노래 부활의 한 장면이다. 신승훈은 지난해 9월 데뷔 35주년을 맞아 10년 만의 정규 앨범 ‘신시얼리 멜로디스’을 내며 현재진행형 가수임을 입증했다. ‘한국의 마이클 볼튼’ 임재범 역시 데뷔 40주년을 맞아 새 음반 발표 소식과 전국 투어로 대중에게 돌아왔다.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신승훈. 도로시컴퍼니 제공

왜 이 시점에서, 발라드 같은 느린 노래가 대중의 마음을 파고 들었을까.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발라드는 공감과 위로의 노래다. 듣는 이의 아픔이나 슬픔에 1인칭이나 2인칭처럼 더 바짝 다가서는 장르”라며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 노출도가 급증한 아이돌 댄스형 케이팝에 대한 피로감, 혼란한 사회가 키운 우울과 분노에 대한 보상 심리가 ‘듣는 음악’ 수요와 맞물리며 느린 노래에 대한 주목이 더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임재범. 블루씨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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