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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하다가 적색 신호에도 정지 없이 우회전
횡단보도 건너던 '킥보드 행인', 놀라 넘어져
전치 4주 부상… "차량 운전자의 책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급제동 차량에 깜짝 놀라 넘어진 행인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해 주지 않고 현장을 떠난 운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실제 충돌은 없었지만, 행인에게 부상을 입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른바 '비접촉 뺑소니' 혐의를 인정한 셈이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조국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울산 동구에서 운전하던 중 공유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와 충돌할 뻔했다. 당시 제한 속도를 초과해 운전하고 있었던 A씨는 적색 신호에도 일시 정지 없이 그대로 우회전하려다 B씨 앞에서 급정지했다. 화들짝 놀란 B씨는 중심을 잃고 길바닥에 넘어졌다.

A씨는 운전석에서 내려 상처가 난 B씨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주기만 한 뒤 떠났다.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씨는 이후 병원에서 늑골 골절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았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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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킥보드를 타고 빠른 속도로 불규칙한 노면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과속 운전을 하다가 정지 신호를 안 지켰고, 뒤늦게 B씨를 발견해 급정지한 게 '비접촉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또 B씨가 '병원 이송이나 치료가 필요없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는데도 A씨가 자의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해 현장을 떠난 건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죄책이 가볍지 않은데도 피고인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며 A씨를 꾸짖었다. 이어 "다만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점, 보험으로 피해가 보상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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