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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해온 여성 A씨는 15년간 절친하게 지냈던 아들 친구의 엄마 B씨를 지난 19일 경찰에 고소했다. 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둘은 내밀한 집안 사정까지 서로에게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웠다. B씨는 수년에 걸쳐 자기 명의 빌딩과 투자 수익을 과시하며 A씨의 신뢰를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나에게 돈을 맡기면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큰 이익을 보는 물류업 투자"라는 말을 믿고 수천만원 여유자금에서 억대에 이르는 전세보증금까지 여러 차례 돈을 건넸다. 초반에는 정말로 약속했던 액수의 수익금이 돌아왔기에 A씨는 계속해서 돈을 더 보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금 입금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B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알고 보니 B씨는 같은 학부모 모임에서 여러 사람에게 돈을 받아 그중 일부만을 다른 사람의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를 했고, 나머지 돈은 자기가 챙겨 왔다.

서울 송파구에서 바라본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에서 바라본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피해자 현금 여유 파악하고 접근
서울 강남권에서 ‘학부모 모임’이나 ‘골프 동호회’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투자금 명목의 돈을 받고, 신규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건 대부분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상 모임에서 현금 사정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지인 관계의 피해자를 겨냥해 접근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른바 ‘강남형 폰지’였다.

A씨 사건은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총 14억6200만원 규모의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다. 또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이달 초 한 골프 동호회에서 총 10명 이상이 423억5000만원 규모의 사기 피해자를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들어왔다.

과거에는 대규모 부동산·사업이나 암호화폐(코인) 투자 업체를 세워 공개적인 광고로 투자자를 모으는 폰지사기가 성행했다. 하지만 최근 사건들의 경우 친밀한 관계를 맺은 피해자들의 현금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한 후 ‘소수만 참여할 수 있는 투자처에 자리가 났다’며 사업에 끌어들이는 식으로 수법을 고도화했다. 이들 일당은 전세 계약이 곧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예정이거나, 퇴직금과 같은 목돈이 들어온다는 사실까지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투자를 종용했다고 한다. 또 계획적으로 계모임을 만들고, 곗돈을 타는 사람에게 그 돈을 다시 투자하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지인이라도 ‘고수익 보장’은 의심해야”
피해자들은 피고소인과의 개인적 관계 때문에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송파구 학부모 모임 피해자 A씨는 “B씨는 내가 자신에게 ‘가장 특별한 친구’라고 하면서도, 모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험담을 하며 만나지 말라고 했다”며 “뒤늦게 알고 보니, 피해자들이 서로 접촉하지 못하게 해서 자신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어렵도록 이간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골프 동호회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로 지인 관계를 이어오던 한 회원의 말에 속아 돈을 보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미국 채권과 우량 회사채를 거래하는 ‘○○○컨설팅 압구정 센터’가 있는데, 나를 통해 투자하면 원금 반환을 보장하고 월 5~10%의 수익금을 준다”는 회원의 말을 듣고 그에게 목돈을 줬다. 회사를 운영하는 한 피해자는 15회에 걸쳐 총 22억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전문가는 아무리 가까운 지인에게라도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 약속’ 등의 투자 상품을 소개받는다면, 실체가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정초 변호사(법률사무소 대중)는 “최근 현금을 보유한 지인을 대상으로 한 유사수신행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이나 업체가 인가를 받았는지, 투자 수익금이 실제로 발생했는지 자료를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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