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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태’로 본 새벽배송 시장
지난해 41조290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국내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쿠팡 회원 약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지난달 유출됐다. 그러면서 회원의 이탈, 이른바 ‘탈팡’이 시작되고 있다. 시장 조사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하루 활성 이용자 수(DAU)는 지난 20일 약 1484만 명으로 5일 연속 줄어, 10월 25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400만 명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변동 폭이 극심한 건 아니어서 쿠팡이 점유한 새벽배송 시장의 힘이 작용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 이용자 조현영(43)씨는 지난달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존 등록한 비밀번호와 결제 신용카드 등을 바꿨다. 그럼에도 탈팡하는 대신 아직까지 쿠팡을 쓰고 있다. 조씨는 “쿠팡을 더는 신뢰하지 않지만 ‘로켓프레시’가 주는 편의성을 하루아침에 포기할 수 없어 계속 쓰고 있다”고 전했다. 로켓프레시는 쿠팡이 2018년 도입, 축산물·수산물·과일 등의 신선식품을 주문 이튿날 새벽까지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조씨 같은 주부에게 인기가 높다. 다만 조씨는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이 최근 새벽배송을 강화 중인 것을 알고 있다”며 “확실한 대체재라는 판단이 들면 탈팡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이처럼 로켓프레시의 ‘락인(lock-in) 효과’(소비자가 특정 제품·서비스에 익숙하거나 전환비용 때문에 다른 대안으로 쉽게 바꾸지 못하는 현상) 때문에 여론 악화에도 버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이용자 수는 총 2000만 명에 달한다. 그중 쿠팡을 통한 새벽배송 이용자 수는 1500만 명으로 전체 새벽배송 이용자의 75%에 해당한다. 2015년 마켓컬리 시절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도입한 컬리가 300만 명으로 2위인 가운데 후발주자인 오아시스·SSG닷컴·네이버는 총 200만 명의 새벽배송 이용자를 확보했다.

국내 새벽배송 이용자 수 2000만명 달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프레시에 앞서 2014년 도입한 익일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의 성공으로 대량의 직매입 상품을 주문 즉시 배송하는 자체 물류 시스템을 빠르게 확보한 덕에 새벽배송 시장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팡은 또 간편하고 빠른 주문취소와 반품·환불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자의 탈팡이 쉽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에 따르면 이렇게 형성된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8000억원으로 10년 만에 29.5배 성장했다. 올해는 15조원에 달하면서 국내 전체 이커머스 시장 규모(230조원)의 약 15%를 차지할 전망이다.

새벽배송이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테무 등의 가세로 달아오른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새벽배송 시장의 이런 급성장은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증가라는 사회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230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804만 가구로 36.1%에 달했다. 2015년(27.2%)보다 1인 가구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맞벌이 부부 비율도 2015년 44.2%에서 지난해 48.0%로 높아졌다. 직접 대형마트·수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신선식품을 사서 가져오는 시간·노력을 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이렇듯 새벽배송이 소비자 일상에 자리 잡은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을 반사이익 얻을 절호의 기회로 판단, 새벽배송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컬리 지분 일부 인수로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화하면서 ‘컬리N마트’ 운영을 시작, 이용자가 밤 11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신선식품 등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어 이달 들어서는 롯데마트와 손잡고 컬리N마트처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롯데마트의 ‘제타패스’ 혜택 제공을 시작했다. 온라인 롯데마트에서 1만5000원 이상 구매 때 횟수 제한 없이 무료배송과 신선식품 5%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 있는 오프라인 롯데마트 점포 기반의 빠른 배송을 받을 수 있다”며 “네이버와의 제휴로 기존 고객의 온라인 쇼핑 편의성 강화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부문 계열사 SSG닷컴도 지난 11~19일 기존 4만원 이상 구매 때 제공하던 새벽배송 무료 혜택 기준을 2만원으로 낮추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신규 회원 유치에 나섰다. SSG닷컴은 프로모션 효과를 분석해 내년 새벽배송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오프라인 이마트 점포 기반의 상품 경쟁력이 강점”이라며 “올해 1~11월 이마트 출발 ‘쓱 주간배송’ 매출 상위 20개 품목 중 80%가 신선식품”이라고 전했다.

SSG닷컴은 지난달 29일 41만 명이던 DAU가 이달 11일 65만 명으로 약 59% 증가했다. 쿠팡 사태에 따른 신규 회원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이 지난해 ‘와우’ 멤버십 요금 약 58% 인상(4990원→7890원), 올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여론 악화에 처했는데도 이용자 수가 유지되는 건 대체재가 마땅하지 않다고 보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배송 속도와 가격, 서비스 품질로 맞서는 경쟁 플랫폼이 나타날수록 이용자 이탈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벽배송 규제땐 손실액 연간 54조원 추정
변수는 또 있다. 여당과 노동계 일각에서 새벽배송 확대가 노동자의 심야노동 증가와 건강 악화 또는 사망 사고와 같은 극단적 상황을 초래한다며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정부는 이를 검토 중이다. 규제가 실현되면 다른 기업보다 새벽배송 락인 효과를 크게 누리고 있는 쿠팡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공산이 큰 규제라는 점에서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로지스틱스학회는 정부가 새벽배송과 주7일배송을 규제할 때 추정 연간 손실액이 이커머스 업계 33조2000억원, 소상공인 18조3000억원, 택배사 2조8000억원에 각각 달한다고 발표했다. 합해서 연간 54조3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새벽배송을 하는 노동자 사이에서도 “내가 생계 유지 때문에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데 왜 나라에서 이를 막으려 하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선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청원인이 6만 명을 넘어섰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새벽배송은 국내 유통 공급망 전체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기에 단순화해서 보면 안 된다”며 “금지할 경우 고용 불안과 소비자 불편 심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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