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연 작가 옷 경영 코치
‘영포티’는 젊게 입는 40대를 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젊어 보이고자 애쓰는 40대’를 희화화하는 밈으로 바뀌었다. 패셔너블한 40대들은 자기변호를 위해, 밈을 주도하는 온라인 속 20대들과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모든 밈이 그렇듯 한번 확 타올랐다가 서서히 그 불씨를 잃어갔고, 지금은 간간이 기사에서만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100세 인생에서 우리는 연령대별 스타일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40대, 50대, 60대에 맞는 스타일이란 것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젊게 입는 40대가 억울하다. 요즘은 50대도, 60대도, 70대도 다 젊게 입는다. 할머니라고 할머니처럼 입지 않고, 40대라고 40대처럼 입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20대가 나이 들어 보면 알겠지만, 나이란 것이 숫자나 분위기로 표시될 뿐, 그 나이처럼 보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20대에서 30대로,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며 내가 원하는 모습에 맞게 내면과 외면을 잘 다듬어가는 것은 필요하다. ‘영포티’가 밈화된 것은 외면만 ‘young’해 보일 뿐, 내면은 ‘old’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 역시 개인마다 다르고 답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다. young한 것도, old한 것도 하나의 기준으로 정립될 수 없기에 우리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그냥 ‘me’해 보이면 되는 게 아닐까.
유튜브 채널 ‘에픽카세’의 에픽하이는 그런 면에서 young한 아재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20대와 다르지 않게 서로 뚝딱거리고, 나름의 고민이나 약한 점을 솔직하게 말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정립해 나간다. 3명으로 이루어진 에픽하이는 힙합 그룹으로 시작했지만, 그 정체성이 모호하게 힙합을 기반으로 한 대중가요를 꾸준히 발매 중이다. 여성 보컬과 특히 잘 어울려 이하이와 함께한 ‘춥다’나 윤하와 함께한 ‘우산’은 이하이나 윤하의 노래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다.
2003년 데뷔한 그들은 22주년을 맞이했다. 유튜브 ‘에픽카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세 사람의 정장이 특히 눈에 띄었다. 세 명 중에 덩치가 좀 있는 미쓰라는 슬림한 10부 바지를 매치해 역삼각형(아래는 슬림하게 상의를 부피감 있게 입으면 빈약한 상체를 보완할 수 있다)의 안정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다.
타블로는 셋 중에 유일하게 검은색 셔츠를 매치해 차이를 주었고, 구두 역시 자세히 보면 약간의 광이 있는 블루블랙으로 포인트를 줬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지 길이다. 그는 미쓰라, 투컷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는데 그 굽 높이만큼 바지 길이가 길었다면, 정장의 밸런스가 더 잘 맞았을 것 같다.
투컷은 기본 정장도 잘 어울렸을 테지만, 두 명과 차이를 두기 위해 신발을 덮는 기장의 바지에 코가 뾰족한 부츠를 매치했다. 쉽지 않은 매치이지만,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분위기의 투컷과는 아주 잘 어울리는 코디다. 그렇게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정장을 매치했고,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린 패션만큼 서로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태도가 롱런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인상 깊었던 말 중 하나는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는 것이 후배들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경험의 나이테는 연륜이 되며, 순간순간의 각성을 통해 깊어진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은 그 시기를 견디고 22년을 함께 지내며 각자의 가정 또한 만들었다. 20대에 데뷔해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고, 결혼과 양육을 경험하면서 힙합 그룹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속해야 할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가요계나 힙합계에 굉장히 안정적인 하나의 롤모델로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래퍼만큼 그들 역시 꽤 옷을 잘 입는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의상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에서는 더욱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한다. 나는 그게 ‘낄끼빠빠’를 아는 아재의 멋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자리를 알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젊어 보이기보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삶의 무게를 알기에 철없이 놀 줄도 아는. 뮤비만 존재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 중인 팬들을 위해 ‘에픽카세’를 시작했다는 에픽하이를 보며 생각했다. 아재의 멋은 가볍지 않다. 가벼운 것처럼 보일 뿐.
■이문연
작가 옷 경영 코치. 건강한 스타일과 옷 생활을 위한 개인 코칭을 진행하며 글도 쓴다. <주말엔 옷장 정리> <문제는 옷습관> <불혹, 옷에 지배받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법>을 썼다. 인스타그램 @ansyd81
에픽하이가 보여주는 것은 자기 자리와 무게를 아는 옷차림이다. 그것이 가장 세련된 ‘아재의 멋’이 아닐까. 유튜브 갈무리
‘영포티’는 젊게 입는 40대를 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젊어 보이고자 애쓰는 40대’를 희화화하는 밈으로 바뀌었다. 패셔너블한 40대들은 자기변호를 위해, 밈을 주도하는 온라인 속 20대들과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모든 밈이 그렇듯 한번 확 타올랐다가 서서히 그 불씨를 잃어갔고, 지금은 간간이 기사에서만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100세 인생에서 우리는 연령대별 스타일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40대, 50대, 60대에 맞는 스타일이란 것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젊게 입는 40대가 억울하다. 요즘은 50대도, 60대도, 70대도 다 젊게 입는다. 할머니라고 할머니처럼 입지 않고, 40대라고 40대처럼 입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20대가 나이 들어 보면 알겠지만, 나이란 것이 숫자나 분위기로 표시될 뿐, 그 나이처럼 보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20대에서 30대로,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며 내가 원하는 모습에 맞게 내면과 외면을 잘 다듬어가는 것은 필요하다. ‘영포티’가 밈화된 것은 외면만 ‘young’해 보일 뿐, 내면은 ‘old’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 역시 개인마다 다르고 답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다. young한 것도, old한 것도 하나의 기준으로 정립될 수 없기에 우리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그냥 ‘me’해 보이면 되는 게 아닐까.
유튜브 채널 ‘에픽카세’의 에픽하이는 그런 면에서 young한 아재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20대와 다르지 않게 서로 뚝딱거리고, 나름의 고민이나 약한 점을 솔직하게 말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정립해 나간다. 3명으로 이루어진 에픽하이는 힙합 그룹으로 시작했지만, 그 정체성이 모호하게 힙합을 기반으로 한 대중가요를 꾸준히 발매 중이다. 여성 보컬과 특히 잘 어울려 이하이와 함께한 ‘춥다’나 윤하와 함께한 ‘우산’은 이하이나 윤하의 노래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다.
2003년 데뷔한 그들은 22주년을 맞이했다. 유튜브 ‘에픽카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세 사람의 정장이 특히 눈에 띄었다. 세 명 중에 덩치가 좀 있는 미쓰라는 슬림한 10부 바지를 매치해 역삼각형(아래는 슬림하게 상의를 부피감 있게 입으면 빈약한 상체를 보완할 수 있다)의 안정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다.
타블로는 셋 중에 유일하게 검은색 셔츠를 매치해 차이를 주었고, 구두 역시 자세히 보면 약간의 광이 있는 블루블랙으로 포인트를 줬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지 길이다. 그는 미쓰라, 투컷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는데 그 굽 높이만큼 바지 길이가 길었다면, 정장의 밸런스가 더 잘 맞았을 것 같다.
투컷은 기본 정장도 잘 어울렸을 테지만, 두 명과 차이를 두기 위해 신발을 덮는 기장의 바지에 코가 뾰족한 부츠를 매치했다. 쉽지 않은 매치이지만,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분위기의 투컷과는 아주 잘 어울리는 코디다. 그렇게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정장을 매치했고,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린 패션만큼 서로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태도가 롱런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인상 깊었던 말 중 하나는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는 것이 후배들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경험의 나이테는 연륜이 되며, 순간순간의 각성을 통해 깊어진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은 그 시기를 견디고 22년을 함께 지내며 각자의 가정 또한 만들었다. 20대에 데뷔해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고, 결혼과 양육을 경험하면서 힙합 그룹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속해야 할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가요계나 힙합계에 굉장히 안정적인 하나의 롤모델로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래퍼만큼 그들 역시 꽤 옷을 잘 입는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의상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에서는 더욱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한다. 나는 그게 ‘낄끼빠빠’를 아는 아재의 멋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자리를 알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젊어 보이기보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삶의 무게를 알기에 철없이 놀 줄도 아는. 뮤비만 존재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 중인 팬들을 위해 ‘에픽카세’를 시작했다는 에픽하이를 보며 생각했다. 아재의 멋은 가볍지 않다. 가벼운 것처럼 보일 뿐.
■이문연
작가 옷 경영 코치. 건강한 스타일과 옷 생활을 위한 개인 코칭을 진행하며 글도 쓴다. <주말엔 옷장 정리> <문제는 옷습관> <불혹, 옷에 지배받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법>을 썼다. 인스타그램 @ansyd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