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 개정 주도’ 최민희·노종면 의원 등
‘김어준 유튜브’ 출연해 언론·시민단체 우려 반박
‘김어준 유튜브’ 출연해 언론·시민단체 우려 반박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20일 국회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안 발표에 앞서 노종면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직후 이 법에 대한 언론계 반발을 두고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엄살이 너무 심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권력자도 인권이 있다”며, 정치인 등 권력자들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언론계 주장을 반박했다.
‘누더기 법안’ 통과시키더니…‘일대일 논쟁 안 졌다’ 주장
노 의원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기자 사회 일부가 갖고 있는 우려를 이해는 하지만, 그런 우려를 밖으로 드러내기 전에 일단 법은 봐야 한다. 이런 방송도 좀 보고”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좀 알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서 엄살이 너무 심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법 추진 과정에서) 여러 언론인을 일대일로 만나 대화하고 논쟁도 해봤는데, 그 자리에서 내가 반박당해 본 적은 솔직히 없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고의로 유통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배 책임을 물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최민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수차례 뜯어고친 것도 모자라, 단순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이 위헌 논란에 휩싸이자 본회의 표결 직전까지도 법안을 수정했다.
언론·시민단체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에서 징벌적 손배를 도입하면 정치인·고위 공직자·대기업 대주주 등 권력자의 소송 남발로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이 우려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법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노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법이 규정한 허위조작정보의 요건이 구체적이고도 엄격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내용에 허위가, 거짓말이 들어 있어야 해요. 그다음에 그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혀야 해요. 법익을 침해하고 손해를 일으켜야 돼요. 이게 두번째에요. 또 하나는 유통하는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돼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아요. ‘저 사람한테 정치적 타격을 입혀야겠다’, 또는 ‘이걸로 돈을 벌겠다’는 부당한 목적이 있어야 돼요.” 그는 “이 4개를 다 만족할 때만 허위조작정보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어떤 정보의 허위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가 관점이나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언론·시민단체와 학계의 주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반론하지 않았다. 과연 모든 사안에서 ‘피해자’가 명쾌하게 특정될 수 있는지,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에 대한 판단은 일률적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
‘바이든-날리면’ 소송…망법이 ‘MBC 탄압’ 막는다고?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여전히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모호하다는 언론계의 우려는 이번 개정안이 결국 법·제도를 입맛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자의 ‘입막음’ 소송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가닿는다. 그렇기에 언론·시민단체는 줄기차게 대기업·정치인의 징벌적 손배 청구권 배제를 요구해왔으나, 민주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민주당은 무분별한 징벌적 손배가 청구됐을 때를 대비해 ‘입막음 소송 방지’에 관한 ‘중간판결’ 특칙을 마련했다고 반박해왔다.
노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허위조작정보 유통만 금지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입막음하려고 봉쇄 소송이라는 것을 하면 안 되도록 해놨다”며 “이런 제도가 있는데 어떤 정치인이 함부로 겁도 없이 하겠느냐, ‘일단 걸고 보자’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윤석열에게 이 법이 있었다면 바이든-날리면으로 엠비시(MBC)를 박살 냈다? 이 가정 자체가 웃기지만 만약 그랬다면 봉쇄소송 판정받고 대국민 이실직고 회견해야 했을 것”이라며 “이게 뭔 말인지 모르겠다면 법 내용부터 살펴보시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과연 언론사가 “입틀막용 봉쇄소송 판정을 내려달라”는 중간판결을 요청했을 때, 법원이 제한된 시일(60일) 내에 ‘이건 봉쇄소송이 맞다, 그러니 본안 심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판단을 적극적으로 내려주겠냐 하는 점이다. 권력자가 언론의 허위 보도를 주장하며 다투는 상황에서 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이란 지적이 나온다. 언론·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 이런 현실적 한계와 우려를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 최민희, 노종면 의원이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진행자(오른쪽 두번째)와 함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공장 유튜브 갈무리
최민희 “이 대통령 공격 질적으로 달라, 권력자도 인권 있어”
참여연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규탄 성명을 내고 “상임위원회 대안 수정, 법사위의 월권적 수정, 본회의 상정 전 수정안 제출 등 수정이 거듭되며, 졸속 입법이란 것이 드러났음에도 결국 통과된 것”이라며 “애초 국가가 나서 허위조작정보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법 취지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언론·시민단체는 권력자의 징벌적 손배 청구권 배제 요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상 이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쪽은 현재 집권 세력인 정부와 민주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여당에 비판적 보도를 내놓는 언론사·유튜브가 주된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최민희 의원은 노 의원과 함께 출연한 유튜브 방송에서 허위조작정보의 대표 사례로 ‘부정선거론’을 퍼뜨린 스카이데일리를 꼽으면서도, 정치인 같은 권력자도 이 법을 통해 방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스카이데일리에 나온 계엄 당일 선관위에서 99명의 중국인이 체포돼서 갔다, 그래서 이걸 선거 부정과 연결하는 그런 기사, 그다음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로봇 확 뒤집는 장면, 그거에 대한 무슨 인격까지 모독하는 기사가 나왔다”며 “그게 다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권력자 청구권 배제 요구에 대해서도 “권력자들도 인권이 있다. 권력자에 대해서는 난도질을 해도 되나,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재명 대표 시절에, 이재명 대표가 겪은 공격은 질적으로 달랐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도 (징벌적 손배 청구권 부여) 대상이 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