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서울경제]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스스로를 ‘중산층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2025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1996년 처음 실시된 이후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추적해 왔으며 2013년부터는 3년 주기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아홉 번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중산층 이상에 속한다고 답한 비율은 60.5%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였던 2022년(42.4%)과 비교하면 18.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중산층 인식 비율이 60%를 넘은 것은 조사 이래 처음이다.
다만 이 같은 변화에는 조사 방식의 영향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2년 조사에서는 ‘중산층 이하·중산층·중산층 이상’ 등 세 단계로 응답 항목이 구성됐지만 올해는 ‘상·중상·중·중하·하’ 등 다섯 단계로 세분화됐다. 응답자 선택 폭이 넓어진 점이 중산층 이상 응답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기 인식과 달리 국민의 행복 체감도는 뚜렷하게 후퇴했다.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1.9%로, 2022년 조사(65.0%)보다 13.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4.6%에서 15.1%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 사회의 미래상에 대한 인식 변화도 눈에 띄었다. 응답자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꼽은 미래 한국의 모습은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31.9%)로, 해당 항목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조사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1위를 유지해 온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는 28.2%로 두 번째로 밀려났다. 뒤이어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나라’(16.9%), ‘국방력이 강한 나라’(11.6%), ‘문화·예술이 중심이 되는 나라’(10.7%)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인식에서도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응답은 46.9%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21.8%)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한편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5.2%로 절반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이용 횟수는 3.3회였다. AI의 사회적 영향과 관련해서는 ‘일자리 양극화와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64.3%)가 ‘노동시간 단축이나 일자리 나눔에 대한 기대’(51.8%)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경제적 위치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높아졌지만 삶의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안정감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며 “성장 이후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피로감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