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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출산율 저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성 난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난임 진단을 받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출산 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난임 진단 환자는 2020년 22만8600여 명에서 올해 30만 명을 넘어 5년 만에 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여성 난임 환자는 같은 기간 14만9000명 수준에서 19만2000명으로 28.5% 늘었지만, 남성 난임 환자는 7만9000여 명에서 10만8000여 명으로 36.9% 급증했다.
남성 난임 증가세는 장기적으로도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남성 난임 환자는 5년 만에 55% 증가했다. 2021년 난임 치료 환자 약 25만2000명 중 남성은 약 9만 명이었고, 2025년에는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핵심 원인으로 ‘무정자증’을 지목한다. 무정자증은 정액 내에 정자가 전혀 없는 상태로, 남성 난임 가운데 가장 중증으로 분류된다. 전체 남성 인구의 약 1%에서 발견되며 임신 문제로 병원을 찾는 남성 중 10~15%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자 생성 자체가 어려운 ‘비폐쇄성 무정자증’ 환자가 전체 무정자증의 60~70%를 차지해 치료 난도가 높은 편이다. 환경 변화와 만혼 추세가 맞물리며 진단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난임 시술 지원은 빠르게 늘고 있다. 난임 시술 지원 건수는 5년 전 9만1000여 건에서 지난해 22만3000여 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정부의 난임 시술 지원 예산도 412억 원에서 1457억 원으로 3.5배 확대됐다. 지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치료에 나서는 부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남성 난임 증가의 배경으로 환경 및 생활 습관 변화를 꼽는다. 미세먼지와 환경호르몬 노출, 극심한 스트레스, 비만, 흡연과 음주는 고환의 정자 생성 기능을 직접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근육 강화를 위한 스테로이드 오남용이 무정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과거와 달리 무정자증이 반드시 ‘불치’는 아니라는 점에서 치료 가능성은 확대되고 있다. 원인에 따라 정계정맥류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를 통해 정자 생성을 회복할 수 있고, 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정관 복원술 등으로 자연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수술적 복원이 어렵거나 비폐쇄성 무정자증인 경우에도 고환 내 극소량의 정자가 존재한다면 고환 정자 채취술(TESE)이나 미세 다중 고환 정자 채취술을 통해 정자를 추출한 뒤 시험관 아기 시술(ICSI)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세현미경을 활용한 정밀 채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임신 성공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