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팍스’ 참여의향서 제출
이르면 연내 비밀유지계약 체결
5대 시중銀 전부 프로젝트 참여
내년초 코인 해외송금 2차 실험
이르면 연내 비밀유지계약 체결
5대 시중銀 전부 프로젝트 참여
내년초 코인 해외송금 2차 실험
[서울경제]
하나은행이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 실험인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에 참여한다. 올 초부터 신한·NH농협은행과 케이뱅크가 참여 중인 프로젝트의 2단계 테스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지난달 KB·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합류하기로 하면서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실험에 참여하게 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프로젝트 팍스 2단계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의 사정에 정통한 은행권의 관계자는 “(하나 측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기존 참여사들과 비밀유지계약(NDA) 체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다.
프로젝트 팍스는 일본 3대 대형은행인 미쓰비시UFJ신탁은행(MUFJ),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이 주축이 돼 설립한 합작법인 ‘프로그마(Progmat)’가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 프로젝트다. 한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페어스퀘어랩이 프로젝트를 주관해 국내 금융사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9월 진행된 1단계 기술 검증(PoC)에서는 한국에서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블록체인을 통해 일본으로 송금한 뒤 이를 다시 엔화로 환전하는 실험이 이뤄졌다. 참여사들은 이르면 연내 구체적인 테스트 계획 및 NDA 체결을 진행하고 내년 초쯤 2단계 PoC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합류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금융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최근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지주 차원에서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포함한 관련 전략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양한 금융사 기술 기업들과 접촉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이달 초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프로세스 구축 △외국환 업무 전반의 신기술 도입 △하나머니 관련 서비스 고도화 등에서 상호 협력할 계획으로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을 열어둔 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르면 내년 1분기 내 하나은행 본점과 해외 법인·지점 간 송금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IBK기업은행을 포함한 복수의 은행에 협업을 제안하며 향후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팍스 참여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서 해외 송금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실효성을 검증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로서는 프로젝트 팍스가 국내 기업들이 참여 중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PoC 가운데 가장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이 프로젝트 팍스에 참여한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제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물론, 이를 활용한 송금·결제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이에 대응해 실증 경험을 축적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프로젝트 팍스는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구조여서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확인(KYC) 측면에서 은행권이 요구하는 안전성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프로젝트는 SWIFT 메시지 체계를 통해 거래 정보를 주고받되 실제 자금 이동과 정산은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중심이 된 기업 간 거래(B2B) 형태의 사업으로 제도화만 이뤄진다면 안전성을 토대로 빠르게 사업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 중인 일본 메가뱅크들과의 교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