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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관건은 설계다]
<12>전문 분야 합동수사 체계
금융·증권·공정거래 등 전문분야나
오송 참사 등 법 쟁점 큰 사건일수록
수사·기소 단절 때 실체 규명 차질 커
검·경 유기 협력 체계 마련 대안인데
檢 수사권 논쟁에 갇혀 본격 논의 없어

편집자주

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법무부·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법무부·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의 마약 수사 역량이 있잖습니까. 검·경 정보 공유도 잘 안된다고 하니까 하나의 조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텐데, 수사·기소 분리 문제와 얽혀서 잘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법무부·검찰 업무보고 말미에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관련 현황을 보고받다가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시 조직으로 출범한 마약범죄 합수본을 넘어 마약 관련 별도 수사청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돌발성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합수본은 수사·기소 분리 취지를 반영하는 구조'라는 설명에 "그것도 약간 기형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별도 수사청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마약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과 검찰의 협력 관계가 과연 유기적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경찰은 1차 수사를 맡고, 검사는 보완수사와 공소제기·유지를 맡는 상황. 법무부는 향후 마약 합수본 같은 기구에서 검사가 법리 검토 등으로 경찰 수사에 협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소 유지까지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구조도 열어두고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완전히 부합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약 등 민생 피해가 심한 일부 분야에 대해선 예외를 둬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조직 운영이다.

지자체장 의무란?… 법리 고민 치열했던 '오송' 사건



문제는 그 예외가 왜 마약 범죄에만 국한되느냐는 데 있다. 수사 착수부터 재판까지, 정교하고 일관되게 법리 검토를 해야 하는 사건은 마약 말고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 수사 현장에선 사실관계 조사보다 법리 검토가 더 중요한 사건이 부지기수라 전한다. 올해 1월 이범석 청주시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도 그중 하나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두고 검찰 내에서는 1년 가까이 첨예한 토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합리적인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논의 끝에 검찰은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안전 확보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을 경우' 등을 기준으로 세웠다. 그 기준을 적용해 시에 있는 공중이용시설을 파악하고, 관련 안전 조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을 반복해갔다. 사건은 현재 1심 재판 중인데,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까지 맡고 있다. 이 사건은 수사 착수 결정부터 증거 수집, 반대 논리 예상과 재반박 근거 마련, 유죄 입증까지 모두 법리 판단과 떼놓고 볼 수 없다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금융 등 전문분야에선 법리와 수사 더 불가분



금융·증권범죄, 공정거래, 기술유출, 조세 사건 등 전문 분야 사건일수록 수사·기소 일원화 필요성은 더 커진다. 이들은 검찰이 예전부터 관련 전문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온 수사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금융·증권범죄는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 자체가 까다로운 것은 물론, 범행 수법이 수시로 진화하면서 '신속한 맞춤 법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령 주가조작 사건에선 시세조종의 행위 유형(위장거래, 허위표시 등), 관련 거래의 특징(전후 거래상황, 시장 관여율 등), 범행 동기(단순 시세차익, 반대매매 방지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사안마다 다른 법리와 입증방법을 찾아야 하고, 불법 리딩방 등 신종 수법이 끊임없이 변수로 등장한다.

공정거래 사건도 공정거래법 법리를 꿰고 있지 않으면 수사에 착수하기조차 어려운 분야다. 어떤 거래분야를 '관련시장'으로 획정한 뒤에야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사건이 형사 재판에선 '고의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 선고가 나는 사례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술유출 범죄 역시 재판 내내 어디까지가 영업 비밀인지 다퉈야 하는 분야인 데다 단기간 내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수사 중 하나로 꼽힌다.

합동수사 대안 거론… "수많은 쟁점 논의 시급"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예정대로 검사의 직접수사 권한이 사라진다면,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 등이 이들 사건 수사를 맡아야 한다. 중수청 등에 검찰 출신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재판까지 연속성은 없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기속력을 부여하는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검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게 합동수사 기구다. 전문성이 시급하게 필요한 일부 분야라도 합동수사 체계를 구축해, 원칙적으로 경찰 등이 직접 수사를 맡되 검사도 초기 단계부터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어떤 분야에 적용해야 하는지' '검사의 수사 기능을 얼마나 부여할 것인지' 등 논의가 필수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수단은 전문성이라는 장점만큼 또 하나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수도 있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라는 지엽적 논의만 계속할 게 아니라 큰 틀에서 형사사법 시스템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뒷전으로 밀린 현장 대란
    1. • 검경 '사건 핑퐁'에 수사 하세월… 6개월 걸리던 사건 2,3년씩 떠돌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2380003217)
    2. • "현재 검찰 개혁안,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 될 우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5050000097)
  2. ② 보완수사 막으면, 진실은
    1. • 성폭행, 뇌물, 무고… 경찰 수사종결 억울해도 구제할 길 막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13430003540)
    2. • "수사 지연 심각... 검찰 개혁하려면 제대로 된 현장 조사부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0510002047)
  3. ③ 역할 커진 경찰도 비상
    1. • 수사관은 안 늘었는데… 쏟아지는 사건에 경찰 베테랑도 떠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1110003606)
    2. • "국가수사본부가 중요 수사 전담해야… 중수청 신설보다 효율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201380005295)
  4. ④ 핵심은 권력남용 방지
    1. • 경찰·중수청·공수처 통제 방안 미흡... 검찰 개혁 성패, 설계에 달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913330005588)
    2. • "검경 수사 '2인 3각' 절실…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322590005123)
  5. ⑤ 국민 피해 없는 개혁안은
    1. • 검찰 개혁 찬성론자들도 우려 "10대 쟁점 고민 없이 밀어붙여선 안 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509270002994)
    2. • "검찰 개혁 논의 지나치게 진영화... 조사, 검증, 평가 없어 답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3390004960)
  6. ⑥ 피해자가 남긴 당부
    1. • '8번 검경 조사' 끝에 밝혀진 집단 성학대… 현실판 '더 글로리' 피해자의 울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608580004214)
  7. ⑦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1. • '행안부냐 법무부냐'... 대통령까지 중재 나선 중수청 논란 대체 뭐길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09150004758)
    2. • '검찰총장' '검사' 법률로 폐지? 대통령실 "네이밍보다 대안" 언급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12350002935)
  8. ⑧ 쏟아진 전문가 우려
    1. • "괴물 만들기" "손목 아픈데 어깨 잘라" 검찰 개혁안 성토 쏟아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507300002765)
  9. ⑨ 검찰청 폐지, 직면 난제는
    1. • 신설 '중수청'… 누가 이끄나? 인력 확보는? 산적한 과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6580002098)
    2. • 검찰청 폐지 예정에 "사명감으로 버틴 형사부 검사가 무슨 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5230002566)
  10. ⑩ 터져 나온 현장 목소리
    1. •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지 묻고 싶어요"… 범죄피해자들의 호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1214250001101)
  11. ⑪ 현직 검사의 직언
    1. • '국감 작심발언' 안미현 "윤석열 막을 수 있었다… 퇴직검사 출마 제한해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0301570003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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