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베네수엘라 군사 긴장 고조
은 현물 처음으로 70달러 돌파
구리도 전선 수요 폭증에 최고가
은 현물 처음으로 70달러 돌파
구리도 전선 수요 폭증에 최고가
미국이 카리브해 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미 C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505.7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8% 상승했다. 금 현물 가격도 장중 온스당 4497.55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시간으로 24일 오후 3시40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449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은 현물 가격도 3.5% 넘게 오르며 온스당 71.49달러로 최고가를 세웠다. 은 현물 가격이 70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올해 들어 금과 은 가격은 각각 70%, 140%가량 급상승했다. 인공지능(AI) 투자 거품론에 대한 우려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차기 의장 선출과 관련한 불확실성 등이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부채가 급등하는 경제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귀금속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리버모어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노어하우저는 CNBC에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고 온스당 60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동안 귀금속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국가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화폐 가치 하락에 맞서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 금을 사들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금값 급등은 미 달러 가치 하락과 맞물려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올해 상반기 다른 통화 대비 약 11% 급락했다. 이는 5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고 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면서 귀금속 가격이 더 뛰었다.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봉쇄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의 매력도가 올랐다는 뜻이다. 베네수엘라 의회도 미국의 봉쇄 조치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을 통과시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산업용 금속인 구리도 공급 위기가 겹치며 사상 처음으로 톤(t)당 1만2000달러 선을 뚫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전날 장중 1만2159.50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는 올해 35% 넘게 오르며 200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구리 가격은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전력망 개선에 따른 전선 수요 폭증과 주요 생산국의 광산 사고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급등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비해 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나선 점도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