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지난 16일 국무회의 칭찬
외부 투기 자본 막고 주민 이익 공유
소멸 위기 '신안형 선순환 경제 모델'
외부 투기 자본 막고 주민 이익 공유
소멸 위기 '신안형 선순환 경제 모델'
전남 신안군 안좌면 자라도의 폐염전 자리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소. 섬 주민들은 2021년 4월부터 발전 수익의 일부를 햇빛연금으로 받고 있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이 전국 최초로 시행한 '햇빛연금'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인구 소멸 대응 모범 사례로 햇빛연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23일 신안군에 따르면 햇빛연금은 2018년 10월 제정된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익 공유 조례'에 따라 만들어졌다. 조례에는 지역에 생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은 이익을 주민에게 배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10년 이후 신안군의 주력 사업인 천일염 가격은 포대당 3,000원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어진 염전주들은 염전을 태양광 업체에 팔아넘겼다. 태양광 발전으로 수익이 났지만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수익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태양광 시설은 지역 경관을 해쳤다.
2018년 취임한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추진한 조례를 통해 주민들은 2021년부터 태양광 개발 수익에 따른 배당금(햇빛연금)을 받게 됐다.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1인당 연간 최대 600만 원 이내의 배당금이 지급됐다. 발전소와 가까운 신안군 안좌도와 자라도 주민들은 1인당 최대 272만 원의 햇빛연금을 받았다. 신안군은 2021년 17억 원, 2022년 39억 원, 2023년 78억 원, 지난해 82억 원의 배당금을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올해는 풍력 발전 수익에 따른 배당금인 바람연금을 포함해 100억 원이 넘을 전망이다. 신안군 전체 주민의 약 52%가 햇빛·바람 연금 혜택을 받고 있다. 덕분에 신안군 인구도 증가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신안군 인구는 3만8,883명으로 지난해 말(3만8,173명)보다 710명(1.9%) 늘어났다.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햇빛연금을 도입, 인구 감소를 막았다. 2023년 신안군 임자면 주민들이 햇빛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신안군 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면 주민 몫으로 30%가량 의무 할당하고 있지 않느냐"며 "전국의 군은 모두 인구소멸 위험 지역인데 신안군은 햇빛연금 때문에 인구가 몇 년째 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해당 사업을 초기부터 이끌어온 장희웅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국장은 "전국 지자체에서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어떤 사업 구조냐' 등 문의가 매주 두 번 이상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처음에는 태양광 개발에 대해 군에서도 방어적이었지만 주민들의 생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규제만 고집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장 국장은 "산업통상부 개발 지침에 있는 '주민 참여제'를 우리 실정에 맞게 더 강력한 조례로 다듬었다"며 "조례를 만들고 난 뒤에도 섬에서 육지로 전기를 보낼 기반 시설 확보 등에 군이 직접 나섰다"고 성공 비결을 귀띔했다. 장 국장은 조례 제정 후 기반 시설 마련을 위해 청와대와 산업부 등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전력 등 관계기관에 수시로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안좌도와 자라도에 전기를 보낼 송전 선로(계통)가 마련됐다.
장희웅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국장 직무대리. 장희웅씨 제공
이 대통령은 햇빛연금을 언급하면서 장 국장도 콕 집어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나가다 우연히 (인터뷰를) 봤는데, 신안군의 담당 국장이 엄청 똑똑한 것 같다. 데려다 쓰든지 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장 국장은 "제가 잘한 게 아니라 박우량 전 군수가 판을 깔아줘서 아바타처럼 직원들이 열심히 뛰어서 얻은 성과"라며 "신안 태양광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주민 복지이자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신안군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8.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다. 장 국장은 "햇빛·바람 연금은 공짜 돈을 나눠주는 포퓰리즘이 아닌 지역 자원을 이용한 개발 이익이 특정 자본이 아닌 지역 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 경제 모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