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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가나가와현의 한 슈퍼에서 당일 비축미 판매 완료를 알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피원
지난 6월 가나가와현의 한 슈퍼에서 당일 비축미 판매 완료를 알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피원
“한국은 쌀이 남아서 시끄러운데, 일본에 수출하면 어떻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한 말이다. 올해 일본에선 쌀값이 폭등해 사재기 열풍이 일었다. 한국은 쌀 과잉 생산이 예상되니 ‘윈-윈’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일본으로의 쌀 수출은 올해 처음 100만 달러를 넘어서며 호황을 맞았지만, 여전히 ‘관세 장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일본으로의 쌀 수출액은 100만6000달러(약 14억8800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8000달러) 대비 증가율이 1600%에 달한다. 2000년 3월 일본으로 쌀을 수출하기 시작한 이후, 연간 수출액이 100만 달러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전남 해남 옥천농협이 쌀 2t(톤)을 일본에 수출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 계약된 물량만 약 800t에 달한다.

그간 일본으로의 쌀 수출이 저조했던 이유는 고율 관세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 벼 농가 보호를 위해 국가별로 배분된 저관세 쿼터제 쌀을 제외한 외국산 쌀에 1㎏당 341엔(약 3200원)의 높은 관세를 물린다. 하지만 일본 쌀이 너무 비싸지다 보니 관세가 붙어도 한국 쌀값이 더 낮은 경우가 생겨났다. 농협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찰기 있는 단립 품종 자포니카 쌀을 주로 먹기 때문에 자국 쌀의 대체재로 한국 쌀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일본 쌀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 11월 3~9일 기준 전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쌀 5kg 가격은 평균 4316엔(약 4만9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9% 상승한 것으로, 이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22년 이후 가장 높다. 2024년 4월 기준 2088엔에서 올해 4월 4220엔으로 1년 새 2배로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풀면서 쌀값이 10~20%가량 하락하는 듯했지만, 10월 들어 다시 오름세다.

문제는 일본 쌀 품귀 현상의 반사 이익에 기댄 ‘반짝’ 수출 호조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율 관세가 유지되는 한 일본 쌀 가격이 안정되면 한국산 쌀은 바로 타격을 입는 구조다. 실제 올해 하반기 들어 일본 현지 쌀 가격이 소폭 하락하자 한국쌀 수출 실적도 1~6월 416t에서 7~11월 197t으로 급감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5년산 쌀 예상 수확량은 747만t으로 전년(679만t) 대비 약 10%(68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대비 공급이 늘면 일본 내 쌀 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쌀값이 오르고 있어 농가의 수출 유인도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교적 높은 값에 쌀을 팔 수 있는데 위험 부담을 안고 일본 내 판로를 어렵게 뚫을 이유가 없단 의미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평균 쌀 소매가격은 20kg 기준 6만2398원으로 전년 대비 14.1% 올랐다.

다만 농식품부는 대일 쌀 수출을 당장 크게 늘리긴 어렵더라도 홍보의 기회로는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국 쌀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2일부터 김포국제공항에서 쌀 홍보를 위한 팝업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일본뿐 아니라 K푸드 선호도가 높은 싱가폴, 홍콩, 대만 등을 대상으로 국산 쌀 현지 시장성 조사, 해외 마케팅 등 단계적 수출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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