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법무부(대검찰청),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아이고… 계속 고민을 해봅시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깊은 한숨을 쉬면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주변에서) 청탁받은 질문”이라며 ‘임신중지약물 도입’ 문제와 사용 실태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에게 “임신중단약물 문제 있죠? 이게 어떤 상태에요?”라고 질문을 시작했다. 이어 “(임신중지약물을) 쓸 수 있게 할 거냐, (의료보험 등을) 지원을 해줄 거냐, 못 쓰게 할 거냐 논쟁이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정부는 모른 척 방치하고 있는 상태죠?”라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방치상태는 아니”라며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임신중지약물에 대해 식약처에서 유해성 여부를 검토하고 사용을 허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방치 상태 해소를 위해) 가장 친화적인 부처인 성평등가족부가 입장을 정해서 가야 하는 것 같은데?”라고 묻자 원 장관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법무부, 식약처와 협의를 해 내부안은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에 함께한 성평등부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미비하다) 여성계는 그 전이라도 임신중지약물이 도입돼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뒤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안으로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내용을 묻자 임신중지를 허용 기간에 대해 “12주까지는 무조건 (임신중지를) 해주고, 24주까지는 상담을 거쳐서 해주자”는 안이었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금 낙태죄는 위헌판결이 나서 처벌대상은 아닌 거다. 그런데 (임신중지 허용) 기간을 정하면 그 기간 이후는 처벌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입법과 실태의 충돌에 대해 듣자 질문이 더해졌다. 이 대통령은 “시중에선 실제로 (임신중지약을) 팔고 사고 먹고 다 하는 거 아니냐? 이 약을 취급하는 약사들은 현행법에 위반되느냐?”고 재차 물었다. 성평등부 쪽에서 “약을 공식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하자 이 대통령은 “그런데도 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모양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제일 큰 반대 입장이 어디냐? 종교계냐? 국회의원들도 (그래서) 쉽게 입장을 못 정하는 거냐? 법률 개정 없이 행정적 조치를 하기 쉽지 않다는 거냐?”고 답답한 듯 질문을 이어갔다.
결국 이 문제의 해법이 어렵다는 듯 이 대통령은 “아이고… 계속 고민을 해봅시다”라고 관련 질의를 마무리 지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뒤에도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아 6년째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신중지약물 도입 문제도 방치됐다. 여성계는 법 개정 전에도 임신중지약물 도입이 식약처 허가로 가능하다고 주장해왔지만, 관련 부처들은 난색을 표명하며 결정을 미뤄왔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과 약물 도입을 국정과제로 확정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이 개정안에는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임신중지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