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의원 “사람 됨됨이 모르고 돈 받는 건 있을 수 없다” 무죄 주장
재판부, ‘쇼핑백 기억’ 논쟁에 1억원 부피 실측…내달 28일 선고
재판부, ‘쇼핑백 기억’ 논쟁에 1억원 부피 실측…내달 28일 선고
통일교로부터 약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권 의원은 20대 대선 이후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를 만난 건 사실이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사진)에 대해 민중기 특별검사가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권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어떤 사람인지 됨됨이도 모르는데 1억원을 받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17일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을 종결했다. 권 의원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시 통일교 관련 사업 지원 청탁을 받고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권 의원에게 징역 4년, 1억원 추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상진 특검보는 “피고인은 중진 국회의원으로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지만,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해 1억원을 수수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또 “공여자의 위법 수집 증거 주장에 편승하는 등 수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권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윤영호한테 1억원을 받은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저와 윤영호는 어떠한 신뢰관계도 없다”며 “입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사람 됨됨이도 모르는 상태에서 1억원을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1억원을 건넸다’는 윤씨 진술에 대해서도 제대로 반박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권 의원은 “윤영호가 위법 수집 증거를 주장하면서 법정 진술을 거부하니 제가 아주 답답할 노릇”이라며 “특검 수사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대질신문을 요청했는데, 특검이 야당 주요 인사 구속에 집착한 나머지 다 묵살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 가서 어떻게 저의 억울한 사정을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구치소에서 한숨 쉴 때마다 제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권 의원 측은 윤씨를 만난 식당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고 공개된 장소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특검 공소사실에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실물 지폐 1억원 뭉치의 크기를 실측했다. 지난 15일 재판에서 권 의원 보좌진 박모씨가 “권 의원이 윤씨와의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쇼핑백이나 상자를 든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증언한 데 따른 것이다. 권 의원 측은 현금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정말 받았다면 기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과 변호인은 각자 1억원어치의 5만원권을 파란 상자에 포장해 쇼핑백에 담아 왔다. 법정 내 스크린에는 윤 전 본부장 아내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인 이모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현금 포장 사진이 띄워졌다. 이 국장이 포장한 뒤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을 양측이 재현한 뒤 사진과 비교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제출한 쇼핑백과 현금 상자, 5만원권 뭉치를 꺼내 살펴보고,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권 의원의 측근인 김모 비서관은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도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다. 김 비서관은 1억원이 오간 것으로 특정된 2022년 1월5일 윤 전 본부장과의 오찬 장소에 권 의원을 수행했다. 특검은 김 비서관 명의의 휴대전화로 권 의원이 윤 전 본부장과 연락했다고 의심한다.
권 의원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28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