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문영 부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글로벌 벤처 투자 자금이 인공지능(AI) 분야로 몰려들고 있지만 한국의 투자 유치 규모는 세계 9위, 비중은 전체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호기롭게 표방한 ‘AI 3강’을 통한 성장률 제고라는 청사진과는 동떨어진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AI 분야 벤처 투자액은 1584억 달러에 달했다. 이 중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15억 7000만 달러로 전체의 1%에 불과했다. 미국이 1140억 달러(72%)로 1위를 차지했고 영국(115억 달러·7.3%), 중국(90억 달러·5.7%)이 뒤를 이었다. AI 산업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시장을 선점한 국가와 기업만이 과실을 독식한다. 오픈AI가 450조 원을 투입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구글·메타 등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7000조 원의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경쟁국들은 ‘쩐의 전쟁’에 더해 규제를 대거 풀어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AI 규제의 선봉에 섰던 유럽연합(EU)은 방향을 틀어 지난달 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디지털 간소화’ 정책을 공표했다. AI 규제 적용 시점도 당초 내년에서 2027년 말로 늦춘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주정부의 개별 AI 규제를 차단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단일 기준을 마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본도 올해 6월 규제가 아닌 기술 진흥에 초점을 둔 AI진흥법을 마련했다.
우리는 이런 글로벌 흐름과는 딴판이다. 정부는 규제 범위가 포괄적이고 행정처분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AI기본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태세다. AI 스타트업의 98%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데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름에 걸맞은 AI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규제를 혁신적으로 푸는 일이다. 신생 벤처기업들이 AI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고 국내외 자금이 이들 기업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규제 완화 없는 AI 3강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