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소방재난본부
[서울경제]
최근 어린이 4명이 연달아 숨진 아파트 화재 2건의 사고 원인이 멀티탭 과부하에 따른 발화로 추정되는 가운데 소방당국이 관련 실험을 진행한 결과 멀티탭에서 화재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불과 '12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소방재난본부는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본부 훈련탑 앞에서 멀티탭 발화위험 화재 실증 실험에 나섰다. 정격전류(전자기기, 전선 등 제품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전류 값)가 다른 멀티탭을 놓고 소비전력 변화에 따른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전개됐다.
앞서 이달 2일 자매가 숨졌던 부상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는 스탠드형 거실 에어컨이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4일 또 다른 자매가 숨진 부산진구 아파트 화재도 거실의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본부는 첫 실험에서 정격전류 10A(암페어) 규격의 멀티탭에 소비전력 2800W(와트) 에어컨을 연결해 13.4A 전류를 흐르게 했다. 실험 시작 19분가량 뒤 멀티탭 전선 온도는 70도까지 오른 것이 확인됐다.
같은 멀티탭에 소비전력 2800W 에어컨 2대를 연결했더니 21분 뒤 멀티탭 전선 온도가 100도를 넘어섰다. 이어 멀티탭 전선을 모아놓고 그 아래에는 천 조각을 두고 같은 조건에서 다시 실험하니 불과 12분 만에 스파크가 튀어 천 조각에 불이 붙었다.
이번에는 정격전류 16A인 대용량 멀티탭에 최대 12A 전류를 흐르게 해 봤다. 실험시작 19분 만에 멀티탭 전선 온도가 61도까지 치솟았다. 정격전류 용량을 초과하지 않았는데도 전선 배치 등 조건에 따라 불이 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벽면에 설치된 콘센트는 멀티탭과 달리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격전류 16A 벽면 콘센트에 최대 25A 전류를 흐르게 했는데도 실험 시작 뒤 온도가 32도에서 41도로 측정됐다.
부산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정격전류가 높은 전자기기는 가급적 멀티탭이 아닌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해야 한다. 멀티탭을 사용할 때는 정격전류 규격이 큰 멀티탭을 사용하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먼지가 쌓였거나 손상이 확인되면 즉시 교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