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여름에 버스를 타면 시원한 게 보통이죠.
그런데 인천의 한 버스 노선은 버스 안이 바깥보다 더 덥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승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 미추홀구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515번 버스.
오늘 아침 7시, 직접 타봤습니다.
출발한 지 30분 만에 버스 안이 31도까지 치솟습니다.
바깥보다 4도 가량 높은, 달리는 불가마인 셈입니다.
[이기화/515번 버스 승객]
"바깥이 더 시원한데, 여기 안이 더 덥잖아요. 사람 많이 타면 열기가 많잖아요. 그럼 더 시원해야지 이렇게 땀이 줄줄 나잖아요."
에어컨 송풍구가 닫혀 있는 건 아닌지 이리저리 만져보거나, 급한 대로 얼음 물병을 몸에 문지르는 승객도 있습니다.
[전희숙/515번 버스 승객]
"<타셨을 때 어떠셨어요?> 죽을 뻔했지 더워서‥ 지금 얼음 들고 있잖아요."
하루 8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기사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구종회/515번 버스 기사]
"땀이 흐르니까 냄새도 나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좀 부끄럽기도 하고 굉장히 스트레스 많이 받죠."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사들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릅니다.
"자기 차여서 에어컨 안 틀어준다, 빨리 가려고 안 튼다"는 겁니다.
하지만 버스 기사들 설명은 다릅니다.
에어컨을 어쩔 수 없이 약하게 튼다는 겁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515번 버스는 천연가스 버스입니다.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인천지방법원역에서 주안역 사이를 12차례 왕복 운행합니다.
하루 주행거리 2백 20여 킬로미터입니다.
다른 지선버스에 비해 운행 길이가 50킬로미터 정도 긴 편입니다.
최근 주변 지역 인구가 늘면서 교통 체증이 심해진 데다, 일부 차량은 노후화돼 에어컨을 세게 틀수록 가스가 더 빨리 바닥을 드러낸다는 겁니다.
[김진수/515번 버스 기사]
"차고지로 가는 도중에 차가 퍼져서‥ 그 퍼진 이유가 가스가 부족해서‥"
쉬는 시간도 부족해 가스 재충전은 엄두조차 못 낸다고 합니다.
노선을 따라 왕복 한 바퀴 운행을 마친 기사들은 5분에서 10분 정도 쉴 수 있는데요.
시간이 너무 짧다 보니 이렇게 그늘에서 바람을 쐬거나, 급히 화장실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호근/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
"지금과 같이 한낮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계절에는 상당히 전체적인 운행 일정을 맞추기는 어렵다‥"
기사들은 인천시에 왕복 횟수를 줄여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운행 10분 전 냉방기를 틀어 적정온도를 유지하라"는 답만 받았다고 합니다.
인천시는 MBC에 "올해 갑자기 이런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어 차량 정비를 받으라고 했다"면서 "기사들 요구가 합당한지 먼저 들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승연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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