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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브라질 등 8개국에 관세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 전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14개국에 이은 이틀째 일방 통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리카 정상들과 오찬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눈에 띄는 대목은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점이다. 지난 4월(10%)에 비해 5배나 높아져, 필리핀·브루나이 등 나머지 7개국이 기존 관세율에서 미세조정 수준의 변화를 거쳐 20~30%의 관세가 통보된 것과는 큰 차이가 났다.



“관세 ‘무기’ 삼아 타국 정치 개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50%의 관세를 통보하며 “동등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현 정권의 심각한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는 정치적 목적을 함께 명시했다.

2020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과 자신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브라질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대하는 방식은 국제적 불명예”라며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썼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친트럼프 인사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패한 뒤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역시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CNN은 “관세를 다른 나라의 정치 개입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등을 관세 부과의 근거로 내세워왔지만, 브라질은 오히려 지난해 대미 교역에서 68억 달러(약 9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밀착 ‘브릭스’ 핵심국에 징벌 관세”
룰라 대통령은 즉각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징벌적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과의 본격 협상을 앞두고 ‘반미 친중’ 전선을 허물려는 의도”란 의견도 나온다.

2017년 9월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가운데)이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미셸 테메르 당시 브라질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릭스(BRICS)는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 등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비판에 앞장서 왔다. 이중 브라질은 이날 중국과 브라질을 가로질러 페루 창카이 항구를 잇는 초대형 철도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대중 협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창카이항은 미국이 “중국군의 교두보”라는 우려를 나타냈던 곳이다.

특히 중국은 브릭스를 중심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묶는 ‘탈달러’ 네트워크 구축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달러는 세계대전”이라며 “브릭스 회원국이라는 점만으로도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일본 선거 맞춰 베센트 파견…“‘대중 전쟁’ 사전포석”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이끄는 사절단을 오는 19일 일본 오사카 엑스포(EXPO)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방일 명목은 이날 엑스포장에서 열리는 ‘미국의 날’ 행사 참석이다. 그러나 관세 협상을 이끄는 베센트 장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일정을 급거 취소하면서까지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그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선거에 맞춘 베센트 장관의 방일은 선거까지 미뤄뒀던 담판을 서두르겠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조기 합의를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기 위해 7차례에 걸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이시바 총리가 시간을 끌자 “버릇이 나빠졌다(spoiled)”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고, 기존보다 1%포인트 올린 25%의 관세를 통보했다.



“EU·인도·대만 합의 임박”…한국만 남나?
만약 일본과의 협상이 속도를 낼 경우 한국만 협상을 완료하지 못한 채 미국을 홀로 상대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식당에서 아프리카 정상들과의 오찬을 주최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10대 적자국 중 별도 협상을 진행하는 중국, 협상을 마친 베트남, 상호관세 예외국인 멕시코·캐나다를 제외하고 유럽연합(EU)·대만·인도에는 서한을 보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센트 장관이 (트럼프에게) ‘인도와 EU 등과의 협상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 통과 이후로 미뤄뒀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겁먹고 물러난다’는 조롱까지 받은 입장에서 주요국과의 협상을 끝내고 8월부터는 역량을 중국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CNBC 인터뷰에서 “8월 초 중국과 더 큰 무역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한국, 품목관세에 안보까지 ‘전방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전면전에 앞서 품목관세 부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구리에 대한 50% 관세를 8월 1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구리는 한국 기업이 대규모로 투자한 배터리의 주원료다. 조만간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관세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자동차(25%)와 철강(50%)에 대한 관세가 시행된 상황에서 추가 품목관세는 한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옥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한국의 실효 관세율은 15%로 중국(41.4%)과 일본(16.5%)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실효관세율은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관세의 비중을 뜻한다. 한국의 실효관세율이 높은 이유는 한국 수출품의 상당수가 품목관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관세에 대해선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또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문제를 포괄한 패키지 협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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