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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오겜3’ 골든글로브 기자회견서 밝힌 결말 취지…“집필하며 바꿔”

랭크뉴스 | 2025.06.29 10:20:04 |
<오징어게임> 시즌3 공개와 함께 포즈를 취한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이병헌 배우. (사진제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이병헌 배우가 골든글로브 투표인단을 대상으로 온라인 화상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은 세계 각국의 골든글로브 투표인단 멤버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즌3 공개 이후 보도'를 전제로 지난 17일 비공개 진행됐습니다. 매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상식을 개최하는 골든글로브는 전세계 330여 명의 언론인·평론가로 구성된 투표인단의 투표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하며, 한국인으로는 본 필자를 포함한 6명의 기자·평론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약 40분 간 진행된 일문일답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넷플릭스와 의견 맞으면 '다음 이야기' 할 수도"

진행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3의 온라인 기자회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 그리고 456번 참가자 성기훈 역의 이정재, 프런트맨 역의 이병헌 배우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송형국(한국):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자본주의 세계의 여러 문제를 신랄하게 그렸다면, 시즌2에서는 참가자들의 투표 행위와 이를 둘러싼 반목 등 정치적 문제에 무게를 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렇다면 시즌 3의 포커스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황동혁: 시즌 3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인간성을 지키고, 그 인간성을 믿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성기훈(이정재)의 여정이 시즌3의 메인 스토리가 되겠고, 그 안에 제가 드리고자 하는 메시지도 들어있습니다. 이 여정을 지켜보시면서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탐욕을 부추기고 서로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는가, 다음 세대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요시피나 그리비아(그리스):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이 거대한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구상을 설명해주세요.

황동혁: 스포일러 없이 대답을 드리기가 어려운데(웃음), 프런트맨(이병헌)과 기훈이 시즌 2에서 대결을 시작하잖아요? 가치관의 대결, 누구의 신념이 옳은가에 대한 그들의 철학이 대결을 펼치는데, 시즌 3의 결론은 그 대결의 끝입니다. 그래서 그 승부가 어떻게 났는지, 그들은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추가 질문을 드려보죠. 이 결말이 어떤 방식으로든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이후에도 이어지도록 암시하는지 궁금해요. 넷플릭스에게는 분명 매우 중요한 작품이고, 이 작품을 위해 많은 것들을 구축해왔으니까요.

황동혁: 분명한 결론이 있는 이야기지만 여운이 있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언젠가 또 좋은 기회가 돼서 의견이 잘 맞으면 다음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즌3 결말, "집필 과정에 큰 변화 있었다"

미라이 코니시(일본): 이번 이야기를 시작하실 때 시리즈가 어떻게 끝날지 생각하고 계셨나요? 아니면 캐릭터와 주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결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나요?

황동혁: 막연하게 시즌 2·3를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과는 엔딩이 달랐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캐릭터들을 만들고 이야기 뼈대를 만들어 나가면서, 기훈의 캐릭터 아크(인물 내면의 여정)를 스케치해 나가면서 '이렇게 끝나면 안 되겠구나, 이 결론은 이 방식이 맞겠구나' 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시즌 2를 생각했을 때와 실제로 집필하는 과정에서 엔딩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 3의 골든글로브 온라인 기자회견 초청장.

아츠코 다쓰타(일본): 두 배우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시즌3에서 프런트맨과 성기훈이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는데요,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들께서 경험한 이번 작품에서의 '케미'는 어떠셨는지, 또 촬영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이병헌: 저희 두 사람은 꽤 오랜 기간 연기를 해왔는데 한 장면 안에서 이렇게 긴 시간 함께 촬영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하지만 평소에 친구처럼 지내는, 술도 한잔 기울이고 밥도 먹는 그런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 어색함이라든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기간이 필요했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역시 시즌 2에서 서로를 솔직하게 대면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저에겐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정재: 병헌이 형은 한국의 거의 대다수 배우들이 존경하는 배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어떤 면을 존경하느냐 하면, 30년 동안 엄청난 스타로서 일해 오신 것을 존경하느냐, 물론 그런 것도 존경하지만, 일에 대한 애착과 캐릭터 연구, 작품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뛰어나요. 이번에도 세 가지의 다른 캐릭터를 한 인물이 너무나도 탁월하게 소화해내셨고, 굉장히 섬세하게 3개의 캐릭터들을 다르게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감탄했죠.

■ "문화 차이로 특정 장면 오해한 해외 시청자도"

나탈리아 트젠코(아르헨티나): 해외 시청자의 질문이나 반응 중에 문화적 배경이나 관습 차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없었나요?

황동혁: 시즌 1에서 있었어요. 상우(박해수)가 모텔에 들어가서 욕조에 물 받아놓고 누워서 술 마시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한국에서는 알려진 방식인데 해외에선 잘 모르셔서, 어떤 분은 상우가 (아로마 테라피) 목욕을 즐기고 있다는 설정으로 보시더라고요(웃음). 그런 오해를 하셔서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병헌: 이 드라마 안에서 이야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문화와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공감하고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나 하면서 배우로서 행복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여러 이슈들에 공감한다는 것이 (세계가 함께 고통받는 문제라는 것이) 씁쓸한 느낌도 좀 있었죠.

진행자: 이병헌 씨가 맡은 프런트 맨은 아주 매력적인 사연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이 인물에 대해 황동혁 감독과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병헌: 시즌 1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감독님에게 시즌 2·3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고, 저는 카메오로 출연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어요. 이후에 시즌 2· 3 제작이 결정되고, 프론트맨의 이전 스토리와 디테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죠. '(프런트맨은)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는 왜 알 수가 없을까'….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사실 배우로서는 큰 숙제예요. 감독님과 끊임없이 의논할 수밖에 없었죠. 다른 작품에서 겪지 못했던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고, 흥미로운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라미 노아(이집트): 황동혁 감독님, 극중 게임의 강렬한 잔혹함과 인물 감정의 깊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나요?

황동혁: 진행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충분히 스토리와 드라마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지를 고려해 게임을 선정하고 또 변형시켰습니다. 시즌 3에 등장하는 게임들도 원래의 놀이를 조금씩 바꿔서 캐릭터 각자의 서사와 감정들을 교환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들이에요.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참가자들이 성장하거나 아니면 타락하거나 하는 것들이었고 항상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요.

이정재 배우는 극중 설정에 따라 강도 높은 체중 감량을 해야 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 "1년 넘게 '삶은 채소' 다이어트,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파올라 조드(브라질): 세 분께 공통 질문 드리겠습니다. 시즌3 촬영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이병헌: 시즌 3 전체의 중심에 기훈과 프런트맨의 대결이 있지만, 사실은 두 인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줘 왔다고 생각해요. 시즌3에서 프런트맨이 기훈에게서 받은 영향들로 인해 어떻게 마음이 흔들렸을지, 기훈이 프런트맨처럼 흑화될지, 아니면 자신의 숭고한 신념을 지키게 되는지, 그런 부분들이 미세하게나마 표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촬영했던 것이 저에게는 시즌 3의 근간이 되는 감정이었어요.

황동혁: 시즌 2·3가 시즌 1보다 더 큰 규모의 이야기고 프로덕션이다보니까, 등장 인물 숫자도 시즌 1보다 2배 이상 많기도 하고요. 기훈과 프런트맨을 중심으로 시즌2·3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면서 동시에 다른 많은 캐릭터들을 잘 살려서 하위 플롯을 만들어주고 이걸 상위 플롯과 만나도록 하는 게 힘들었어요. 제가 정말 소중하게 다뤄야 할 캐릭터들이 정말 많았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대본을 고쳐가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정재: 기훈이 다시 게임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력,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살리려는 노력,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려는 그 노력들이 모두 다 기훈의 뜻대로 되지 않거든요. 그런 감정이 계속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로 힘들었던 건 다이어트인데, 1년 넘게 다이어트 하면서 삶은 채소만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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