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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공급 메시지 내놓을 듯
일각 “세금 규제 제외 공언은 실책”
금융당국, 은행권 긴급 소집 논의
서울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며 문재인정부 시절 전고점(104.63)의 90%를 훌쩍 넘겼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서울 평균 101.26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작하기 전부터 딜레마에 빠졌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 가용 카드를 제한하면서다. 서울 집값 과열이 한강벨트를 넘어 외곽까지 퍼지는데 대응 선택지를 스스로 줄였다는 지적이다. 입장을 번복하면 정책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일단 은행권을 긴급 소집해 늘어나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서울의 5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010건으로 전월 5410건을 훌쩍 넘어섰다. 신고 기한인 이달 말까지 8000건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달 거래량도 보름 만에 1135건을 기록해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거래량이 늘자 아파트값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26% 올라 상승 폭을 확대했다. 강남 3구는 물론 노원(0.07%) 강북(0.06%) 도봉(0.02%) 외곽까지 불길이 번지자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이 대통령이 세금 규제 카드를 제외한 점이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금 규제를 한 하겠다는 말을 너무 초반에 한 게 실수”라며 “카드를 먼저 보여주며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수요를 억제할 카드가 될 수 있는데 안 쓰겠다고 공언해 쓸 수 없게 됐다”며 “악수를 둔 셈”이라고 말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 상황을 “심상치 않은 집값 폭등의 전조”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을 중과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여러 번 되풀이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방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 억제책의 본질은 투자수익률을 낮추는 데 있고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밖에 없다”며 “주택시장에 부는 가격 상승 바람을 초기에 잠재우지 못하면 집값 폭등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대출 규제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추가 지정,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 공급 메시지 등으로 시장을 진정시키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 세금 규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우회’ 방법이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행 중인데 새 정부가 이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며 “새 규제가 아니라 원래 있는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이 다시 추진될 수도 있다. 문정부는 공시가격을 2030년(공동주택 기준)까지 시세 90%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현실화율이 높아지며 아파트 보유세 부담이 늘자 윤석열정부가 2023년 공시가격부터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산정했다.

당장 세금 규제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공포가 과한 측면이 있고, 과열 상황이 무한정 번진다고 할 수도 없다”며 “정부 출범이 2주도 채 되지 않아 성급히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진정시킬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로서는 임기 초반부터 손을 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카드부터 활용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대출 규제로 가닥을 잡으면서 공급 신호를 보내며 8~9월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융 당국은 이날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각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각 시중은행이 월·분기별 대출 공급 계획을 초과해 무분별하게 공급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무리한 영업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하는 차원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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