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공영방송 장악’ 등 숱한 논란을 빚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이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방통위원장의 임기 3년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어 국무위원들과 달리 임의로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위원장에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고 하자 모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2인 위원’ 체제에서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졸속으로 임명·추천하는 등 공영방송 장악 논란을 자초한 장본인이다. 또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도 휩싸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임명 당시부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언론계와 시민사회계 안팎에선 이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통위는 최근 김태규 부위원장의 사퇴로 이 위원장 1인 체제가 돼 안건 심의 및 의결이 불가능한 상태라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이 위원장은 자진 사퇴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국무회의에 이어 10일 두 번째 국무회의에도 배석하는 등 이재명 정부와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위원장의 거취는 새 정부의 미디어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대통령은 “분산된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규제 기관 및 법제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방통위 정상화와 전문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방통위(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 규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유료 방송 관련 정책), 문화체육관광부(영상 콘텐츠 산업 및 미디어 정책) 등으로 분산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조직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법도 발의돼 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과기정통부의 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방통위로 이관하고 방통위원을 9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에는 시행일에 맞춰 방통위원장 및 위원의 임기가 만료된 것으로 본다는 부칙이 규정돼 있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 위원장의 임기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한겨레
심우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