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2차 무역회담서 제네바 합의 이행 ‘프레임워크’ 도출
SNS에 협상 결과 공개…“시진핑과 나의 최종 승인만 남아”
양국, 세부적인 양보안 교환하는 ‘스몰 딜’ 형식 거래 추정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 사진)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2차 무역협상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이틀간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 지난달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프레임워크(틀)에 합의하면서 양국의 무역전쟁 ‘휴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계속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중국 유학생 비자 문제 등에서 양국이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의 합의는 완성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의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자석과 필요한 모든 희토류는 중국에 의해 선지급 형식으로 공급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합의된 대로 중국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할 것이며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총 55% 관세를, 중국은 10% 관세를 받고 있다”며 “관계는 매우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 양국 대표단은 9~10일 영국 런던에서 만나 지난달 제네바에서 이뤄진 미·중 간 무역 합의 이행의 틀을 도출하는 데 합의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0일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 후 취재진과 만나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가 합의에 도달했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하에 프레임워크를 시행할 것이고 중국도 시 주석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프레임워크가 제네바 합의에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한 것”이라며 “중국의 핵심광물·희토류 수출 통제 및 최근 도입된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늦어도 12일 이전에 합의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은 “중·미는 전문적이고 이성적이며 심도 있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면서 “이번 진전이 양국 간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세계 경제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미·중은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 상대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으며 중국은 미국이 지난 4월 초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양국은 약속대로 관세율을 인하했으나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는 계속됐다. 미국 산업계에서 희토류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아우성이 나왔고 일부 공장은 가동 중단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항공기 엔진 부품, 화학물질, 핵물질 등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조처를 단행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중국 수출도 금지했다.
양국은 이번 2차 협상에서 희토류 및 반도체 수출 통제와 관련한 세부 사항에서 양보를 주고받는 ‘스몰 딜’ 형식의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국 모두 상대국의 산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카드를 꺼냈기 때문에 타협이 없으면 불이익이 크다. 다만 양국의 대립이 무역·군사·기술 등 다양한 전선에서 이뤄지고 있고 서로 입장차가 커 이번 합의에서 수출 통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전날 미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적어도 첫 변론기일까지는 상호관세가 유효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상호관세 발효를 영구히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트럼프 정부는 항소했다. 상호관세는 미 동부시간 기준 다음달 9일 0시1분 발효된다.
경향신문
박은하 기자 [email protected]
김희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