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비자 인터뷰 중단 방침에 '혼란'
F·M·J 비자 대상…유학·어학연수 등 영향
F·M·J 비자 대상…유학·어학연수 등 영향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 미 외교 공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유학 준비생들 사이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시내 한 유학원. 뉴시스
미국 정부가 유학 비자 발급 과정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유학 준비생들과 유학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전 세계 미 외교 공관에 "(비자를 신청하는 학생들의) SNS 심사 및 검증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추가 지침이 담긴 별도 전문(septel)이 발표될 때까지 영사 부서는 학생 및 교환 방문자 비자 인터뷰 일정 추가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외국인 유학생 관련 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번 유학생 비자 인터뷰 중단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번 지침의 대상이 되는 건 F(미국 대학에 유학하거나 어학연수를 받으려는 학생 대상), M(직업훈련을 받으려는 사람 대상), J(교육·예술·과학 분야 국제 교류 프로그램 참가자 대상) 비자다.
당혹해하는 유학원들, 대비 나서
국내 유학원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학원 등에 따르면 28일 주한 미국대사관 홈페이지의 인터뷰 예약 페이지 접속이 이미 막힌 상황이다. 신종민 더유학 대표는 "오늘 급히 학생들에게 보낼 안내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며 "이미 인터뷰를 예약한 학생들은 영향이 없지만, 아직 예약하지 못한 학생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미국 당국이 미국에 유학하려는 학생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의 한 정치전문매체가 보도하면서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 등이 혼란에 빠졌다. 뉴시스
비자 발급 지연이 장기화되면 유학생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윤헌 종로유학원 대전지부 지사장은 "학생들은 보통 9월 가을학기 시작에 맞춰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미국에 입국한다"며 "이 시기쯤이면 대부분 기숙사나 홈스테이 준비가 완료된 상태인데, 이미 비용과 위약금을 납부한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유학원들은 일단 학생들에게 사전 정비를 권하고 있다. 서희진 제이웨이 에듀케이션 원장은 "학생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게시물은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 대표도 "미국을 비방하거나 전쟁을 미화하거나,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내용의 SNS 게시물이 있다면 삭제하라고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학 회의감도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비자를 발급받고 사회과학 박사 과정 진학을 위해 8월 초 출국을 앞둔 A씨(29)는 "SNS를 검열한다는 얘기가 예전부터 있어서, 비자 신청 시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적거나 인스타그램은 아예 비활성화하는 등 몇 주 동안 미리 대비했다"고 말했다.
SNS 심사에 대해선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현실에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건 아이러니하고 황당하지만 입국을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 유학 자체를 다시 생각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부터 미국 철학 박사 과정을 준비해온 나모(29)씨는 "무슨 권리로 내 SNS를 들여다보나 싶고, 정말 미국에 가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며 "박사 과정은 한번 시작하면 5, 6년은 머물러야 하는데, 설령 간다 해도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니 독일이나 캐나다도 진지하게 알아봐야겠다"고 비판했다.
국내 대학도 '지원 프로그램' 마련
국내 대학들도 대응에 나섰다. 고려대는 이날 미국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제한 조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교수, 박사후과정 연구원, 대학원생, 학부생 등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연구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