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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야구 도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합류 후 한국인 관심 커진
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라클 파크 입성 후 황금기 구가
야구장 주변 지역 경제도 활성화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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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전에서 8회 말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이곳 외부 1층엔 경기가 없는 날에도 누구나 방문해 구단 공식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대형 매장이 있다. 이날 경기 시작 약 5시간을 앞두고 찾은 매장에는 10여 명의 손님들이 유니폼 등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의 샌프란시스코 공식 매장에 올해 처음 출시된 한글 유니폼이 걸려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이 매장의 '대표 상품'은 51번 이정후 유니폼이다. 이정후의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부터 이정후 유니폼은 이곳에서 판매되는 선수 유니폼 중 최다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정후 유니폼은 국적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지만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한국인들도 많이 구입한다고 한다. 매장 관계자는 "방문자 가운데 한국인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따로 집계하지 않지만, 체감상 한국인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매년 배 이상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마 지역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는 원래 일부 MLB 팬들에게만 친숙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해 오며 대표적 관광 명소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정후의 합류는 이전까지 한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 팀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류현진, 김혜성 등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어 '국저스'로도 불렸던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처럼, 샌프란시스코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MLB 구단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현지에서는 커지고 있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의 경기에서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스' 일원들이 외야석에 모여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뉴욕 최초 MLB 구단으로 시작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MLB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에 소속돼 있는 유서 깊은 구단이다. 그러나 원래는 1883년 뉴욕에서 창단했다. 지금 뉴욕에는 양키스와 메츠 두 개의 팀이 연고지를 두고 있는데, 뉴욕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MLB 팀은 자이언츠였다.

창단 시에는 뉴욕 고섬스라는 이름을 썼다. 1885년 자이언츠로 이름을 바꿨고,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전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노후한 구장 △뉴욕 양키스의 부상에 따른 인기 하락 △MLB의 서부 확장 전략 등이 작용했다. 당시 뉴욕에는 자이언츠와 함께 양키스, 브루클린 다저스 세 팀이 있었는데, 다저스 역시 LA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였다. MLB 측은 서부 리그 활성화를 위해 두 팀이 동시에 이전할 경우 승인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두 팀이 현재의 연고지로 각각 이전하면서 서부에서도 야구가 흥행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마 지역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 입구. 전면에 이정후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 대표 선수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2000년 오라클 파크에 새 둥지



샌프란시스코가 처음부터 오라클 파크에 둥지를 튼 건 아니었다. 이주 직후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실즈라는 마이너리그 팀의 홈구장(시실 스타디움)을 빌려 썼다가, 1960년부터는 샌프란시스코 남동쪽 해안에 위치한 캔들스틱 파크를 안방 구장으로 썼다. 캔들스틱 파크는 야구하기에 그닥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바람이 세고 기온도 낮아 선수와 팬들에게 모두 혹독하기로 유명했다. 도심과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기력과 관중 동원 등에 어려움을 겪던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40년 만에 새 홈구장을 찾았다. 이게 바로 2000년 개장한 오라클 파크다. 오라클 파크는 1962년 개장한 LA 다저스 스타디움 이후 처음으로 공공자금 없이 건설된 MLB 구장이다. 다만 자이언츠 측은 구장을 민간 자금으로만 짓는 대신 샌프란시스코시로부터 약 1,000만 달러(약 137억 원)의 세금 감면 혜택과 지하철 연결 등 지원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전광판 뒤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풍경 때문에 오라클 파크는 미국에서 아름다운 야구장 중 하나로 꼽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LA 다저스와는 '숙명의 라이벌'



오라클 파크로 옮긴 뒤부터 샌프란시스코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는 뉴욕 시절 17회의 리그 우승과 5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궜으나, 연고지 이전 후에는 무려 56년 동안 단 한 차례 우승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라클 파크 입성 후에만 세 차례(2010년, 2012년,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구당 수익성 개선, '팬 친화적 구단'이라는 이미지도 챙겼다.

지난해 기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가치는 약 38억 달러(약 5조2,300억 원)로 MLB 전체에서 5위다. 경기당 관중 수는 3만2,688명(최대 4만1,300여 명 수용)으로 전체 8위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MLB 구단인 LA 다저스와는 숙명의 라이벌 관계다. 뉴욕 시절부터 경쟁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두 구단의 캘리포니아 이주 후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만 놓고 보면 LA가 총 7승으로 샌프란시스코(3승)를 앞서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한국에서 방문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한국에서 방문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도시에 활력 불어넣는 '모범 모델'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야구팀은 단순 스포츠 구단이 아니다. 도시와 함께 호흡하며 경제, 사회적으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야구장이 위치한 소마 지역은 원래 샌프란시스코에서 입출항하는 선적들의 창고가 밀집한 낙후 지역이었다. 그러나 오라클 파크 개장을 계기로 환골탈태했다. 주거시설과 식당, 슈퍼마켓 등 상권이 형성되고 테크기업들이 옮겨오면서 일대 부동산 가격도 시에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야구장 일대 부동산 개발 사업도 병행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2015년 '미션 록(Mission Rock)'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띄웠다. 이는 구단이 중심이 돼 민간 자본으로만 추진 중인 재개발 사업으로, 원래 야구장 방문객용 주차장 등이 있었던 오라클 파크 주변의 약 11만3,300㎡ 규모 지역을 공원과 주거 및 상업 시설 등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 조성될 1,200세대 이상의 주택 중 40%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측이 2015년부터 추진한 '미션 록'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 오라클 파크 일대 전경. 미션 록 홈페이지


미션 록 조성 이후 부동산 임대 등을 통해 얻는 수익은 구단 운영에는 일절 쓰이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도시 재생은 팀과 선수, 팬들에게 안정적 기반을 만들어 줄 것이고, 이는 야구단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구단 측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는 MLB 구단만 30개에 이르는 미국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제 도시의 활력까지 책임지는 존재가 됐다"며 "스포츠와 도시 개발,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하나로 연결된 '샌프란시스코 모델'은 스포츠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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