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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 <20> '대리모 계약' 사건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법질서 해치는 대리모 계약은 무효
그러나 자녀 행복에 반하는 행위
반복하면, 권리 주장할 가치 없어


Q:
50대 중년 부부다. 약 20년 전 자녀를 임신하기 위해 시험관 시술 등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너무 간절한 마음에, ‘해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불법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말았다.


인터넷 대리모 카페를 통해 여성 A씨를 만나 ‘대리모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A씨가 난자와 자궁을 제공해 아이를 출산하고 △우리는 대가로 8,000만 원을 지급하며 △A씨는 향후 태어날 아이의 친모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9월 사랑스러운 B가 태어났다. 우리 부부는 B를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했고, 지금까지 친자식처럼 양육했다. B 역시 우리를 친부모로 여겼다.


그런데 B가 백일 무렵 문제가 불거졌다. A는 “돈을 주지 않으면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수시로 돈을 받아 갔고, 총금액은 무려 5억 원이 넘었다. 협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가 사춘기일 때 △법원에 ‘B가 A의 자식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을 제기했고 △인터넷에 ‘B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글을 게시하더니 △소 취하 조건으로 우리 부부에게 6억5,000만 원을 요구했다. 계속된 협박에 우리 부부는 형사고소를 진행, A는 징역 4년을 선고(공갈죄 등)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B는 본인의 출생 비밀을 알게 돼 큰 충격을 받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런데 A의 악행은 멈추지 않았다. A는 구속 후 감형을 받기 위해 우리와 “다시는 소송(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을 제기하지 않겠다(부제소합의)”고 합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취하했다.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A는 형사판결이 확정되자 수형 중 또다시 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물론, 우리 부부는 불법으로 B를 출산한 큰 잘못이 있다. 하지만 B를 친자식으로 여기고 키웠다. 어떻게 하면 B를 우리 자녀로 지킬 수 있을까?


A
: 80년대까지만 해도 친척의 자녀를 본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고 키우는 경우가 있었다. 장남 가정에 아들이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그래서 법원은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고, 이런 출생신고를 무효로 보지 않고 ‘입양의 효력으로 인정’했다. 가사 전문 변호사인 필자 역시 이런 분들의 친생 관계를 정리하는 소송을 여러 차례 진행하곤 했다.

그렇다면 위 부부의 경우, 대리모 출산이었지만 출생 신고를 했으니 ‘입양의 효력이 있다고 인정’해야 할까?

법원에서는 △대리모계약이 유효한지 여부 △대리모 A씨가 청구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 청구권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A씨는 “대리모 계약이 무효이므로 B는 내 자식”이라고 주장했고, 부부 측은 “A가 형사유죄판결을 받을 정도로 우리를 괴롭혔고, B를 키울 생각도 없이 제기한 이 소송은 A의 청구권 남용”이란 입장이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4월 ‘솔로몬의 판결’을 내렸다.

대리모 계약은 유효한가?



우리나라 민법은 당사자 간 계약에 대해 ‘계약 자유의 원칙’을 보장한다.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와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할 자유를 의미한다. 다만, 법질서를 해치는 계약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위반한 법률 행위(계약)’가 있다. 이런 계약은 무효다. (민법 103조)

우리나라 법원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 객체화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므로 대리모 계약은 무효’라고 본다. 즉 대리모 계약은 ‘계약 자유의 원칙’의 한계를 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연자 부부와 A씨 간 대리모 계약은 무효다.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 소송, 권리남용인가?



그렇다면, 대리모 계약이 무효이므로 A씨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에서도 승소했을까?

대법원은 먼저 “원칙적으로, 친모가 법률상 친자관계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반영시키고자 하는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A가 친생자관계를 확인하려는 의사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가 대리 출산한 사실을 악용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A가 장기간에 걸쳐 부부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고, 부부가 더 이상 돈을 지급하지 않자 인터넷 등을 통해 출생의 비밀을 일부 폭로했다. 이로 인해 자녀 B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겪고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소(친생자관계존재확인)가 B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청구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심리해야 한다”면서 이를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사실, A씨의 행동은 B씨의 행복과 이익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다. 그리고 A씨의 청구권(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은 ‘권리남용’에 해당해 결국 패소했다. 아무리 대리모 계약이 무효라 하더라도, A의 청구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면, A의 권리행사는 보호 가치가 없는 권리다. 우리나라는 ‘남용된 권리’를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사연 속 부부가 대리모라는 불법을 행했지만, 긴 세월 B를 자녀로 성심을 다해 키워온 귀한 마음은 존중받아야 한다. 또 A씨는 B의 친생모지만, 학대 수준의 가혹한 행위를 지속한 것에 대해 응징 받아야 한다. 필자는 그것이 법이 말하는 정의와 관용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중꺾마+ 김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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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혜 법무법인 에셀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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