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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회식 장소로 잘 알려진 서울시청 인근의 한 한우전문점은 최근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저녁 시간 룸은 당일 예약이 어려울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업체 직원은 “그마저도 대부분 서너 명 단위 테이블이고, 대규모 회식은 못 본 지 오래됐다”며 “가격이 오르다 보니 손님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져 경쟁하던 또 다른 한우전문점은 석 달 전 문을 닫았다.
25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 앞에서 배달 라이더가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수 부진의 충격이 외식 자영업을 직격하고 있다. 소비 침체와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식당·주점 등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25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한식 음식점 사업자 수는 41만785명(월평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4명 감소했다. 호프 주점, 중식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등 다른 요식업 사업자도 일제히 줄었다.

카페 사업자 수도 전년 동기 평균 대비 743명 감소한 9만5337명이었다. 카페 사업자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8년 4만5203명(1분기 기준)에서 해마다 증가해왔는데 처음으로 방향을 틀었다. 카페는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데다, '커피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의 국내 커피 인기 덕에 사업자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때도 늘던 업종이다. 옷 가게는 1분기 8만2685개로 1년 전보다 2982개 줄었고, 대표적인 자영업 창업 업종인 편의점도 5만3101개로 455개 줄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외식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소비 침체가 첫손에 꼽힌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0.72% 감소한 약 4179만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술집 매출이 11.1% 감소하며 가장 많이 줄었고, 분식(-7.7%), 제과점·디저트(-4.9%), 패스트푸드(-4.7%), 카페(-3.2%)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로 소비자의 지갑 사정도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서비스 소비의 대리 지표로 활용되는 서비스업 생산 지표에서 1분기 음식점·주점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전체 서비스 생산은 같은 기간 0.4% 늘었는데, 요식업 분야는 뒷걸음쳤다.

소비자의 씀씀이는 줄었는데 자영업자의 지출 부담은 여전하다. 특히 외식 자영업의 경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가 짐을 더한다.

한 중국음식점 사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배달앱 정산 결과를 보면, 결제 금액이 1만6000원인 배달 주문을 받을 경우 배달앱 중개이용료 1248원, 결제대행 수수료 450원, 판매자 몫의 배달비 3000원, 광고비 1600원, 부가가치세 630원, 할인금액 1000원 등을 제외하고 8072원만 남는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제하기도 전에 매출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고정비용을 빼고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는 자영업자의 푸념이 과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원가를 줄여 보려 해도 재료비 부담이 커 한계가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논란이 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자영업자 단체가 반발한 까닭이기도 하다.

매출은 줄고 있는데 갚아야 할 대출 부담은 커지고 있다. KCD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약 719조원으로 1년 전(704조원)보다 15조원가량 불었다.

수익성이 나빠지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정부의 ‘원스톱폐업지원’ 신청 건수는 2만378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2% 증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도 607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443억원)보다 11.6%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1~4월(2635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저출생으로 전체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소비 성향이 약화하는 구조적 문제까지 감안하면 자영업의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인해 2020년부터 2035년까지 가계 평균 소비가 매년 0.7%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장기적으로 내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성장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투입해도 효과가 과거보다 떨어지고, 회복 정도도 기대에 못 미칠 거란 의미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인구 변화가 소비 및 내수 침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내수에 미친 영향을 각각 파악하고, 이에 맞춘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연다. 내수 회복을 위해 2.7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이 지표로 속속 확인되면서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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