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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드미트로 김 우크라이나 육군 예비역 대령. 박현준 기자
북한은 지난해 1만명이 넘는 병력을 이역만리 러시아에 파견하며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가 됐다. 낙후된 장비와 훈련 여건으로 한 수 아래로 봤던 북한군은 전투를 거듭하며 눈에 띄게 진화해버렸다. 우크라이나에서 마주하는 한반도의 군사적 현실이다.

최근까지 최전선에서 싸웠던 우크라이나 육군 예비역 대령 드미트로 김(46)을 지난 17일 키이우에서 만났다. 그는 격렬한 전투 도중 한쪽 눈을 실명해 전역했다. 고려인 4세로, 어머니가 우크라이나인이다. 한국어는 알지 못한다. 애국심이나 정체성은 완연한 우크라이나인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공유하고 있는 북한군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소상히 알려줬다. 그는 “포로 전락을 막기 위해 상관이 부하를 사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발견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북한군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평가는.

A :
전문적인 경험과 기술은 없으나 포로로 안 잡히려고 끝까지 싸운다. 정신력만 갖고 싸운다. 다만, 러시아군에게서 드론(무인기) 사용법을 배우며 전투기술이 처음보다 개선됐다고 한다.

Q : 북한군을 특정하는 표현이 있나.

A :
‘개고기 먹는 인간들’이라고 한다. 다소 맥락이 있는 얘기다. 우리가 러시아군을 주인이 시켜야 일을 하는 ‘개’라고 욕하기 때문이다. 그런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전장에서 서로 충돌이 잦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Q : 북한군은 포로로 잡힐 바에 자결을 택한다는데.

A :
실제로 집단자결 현장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조사 결과 자의에 의한 자결은 아니라고 한다. 전투 중 궁지에 몰린 분대장 등 상관이 직접 부하들을 사살하고 본인도 자결해 포로로 전락하는 걸 막는 것으로 추정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 군인 중 한 명. 사진 X 캡처

Q : 러시아군과 북한군의 공통된 특징이 있나.

A :
우크라이나군의 총기가 땅에 보이면 꼭 가져가려 한다. 일종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또 보급된 총알이 모자라니, 우크라이나군의 총기를 사용하려는 계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폭발물이 내장된 총기를 전장에 버려두며 역이용한다. 러시아군이나 북한군이 노획해 격발하려 들면 터지게 장치해놨다.

Q :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나 북한군의 총기를 안 가져가나.

A :
조금 전 사살한 적의 몸에 달린 총기만 가져갈 수 있다. 물론 러시아군도 여분의 탄창에 일부러 폭탄을 설치해놓는 경우가 있더라. 방금 사살한 적의 총기를 노획해 탄창을 갈아 끼웠더니 폭발한다. 그래서 가급적 러시아군 무기는 안 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했던 영상.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사한 북한군의 얼굴을 소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텔레그램 캡처

Q : 전장의 수 싸움이 치열해 보인다.

A :
맞다. 그게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싸구려 휴대전화 여러 대를 전장에 일부러 흩어놓기도 한다. 그러면 휴대전화 신호를 포착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이 밀집해 있다고 오인해 포격한다. 그렇게 적의 포탄을 소모시킨다.

Q : 드론에 대한 북한군의 대처는 어떤가.

A :
러시아군은 드론 앞에서 도망치면 더 빨리 죽는 걸 안다. 북한군은 그걸 모르고 도망치는 바람에 더 눈에 띈다. 드론을 만나면 차라리 숲에 조용히 숨어야 한다. 드론을 잡는 그물이 있는데 그걸로 드론을 포획하는 방법도 있다. 러시아군이 잘 사용한다. 또 주변에 드론이 있는지, 어떤 종류의 드론인지를 알려주는 탐지기도 있다. 그런 기술 제품을 사용해 드론을 피해야 한다.

Q : 북한군과 러시아군의 전술에 대한 평가는.

A :
우크라이나군과 전술적 차이가 크다. 북한군이나 러시아군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상부에 보고해서 허가를 받는다. 그래서 움직임이 매우 느리다. 우크라이나군은 반대로 현장 판단이 먼저이기 때문에 움직임이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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