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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레스토랑’ 기내식의 진화
게티이미지뱅크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 때 사람들은 기대에 부푼다. 낯선 공간으로 떠난다는 설렘에 가득 찬 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떤 이는 눈을 감고, 어떤 이는 모니터를 켜고 볼거리를 고른다. 누군가는 식사를 기다린다.

기내식은 단순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승객에겐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 됐다. 좁은 공간에서 비닐을 벗기고,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 음식을 즐기는 과정에서 여행의 감정을 느낀다.

기내식은 항공 여객 경험에 필요한 핵심 요소가 됐다. 일부 승객은 기내식 메뉴로 항공사를 정할 정도다. 항공사들은 고객 서비스를 향상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내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즐기는 만찬으로 불리는 기내식은 언제부터 시작이 됐을까. 역사를 되짚어봤다.

기내식 첫 도입 1919년… 샌드위치, 과일, 초콜릿

항공기에서 처음으로 기내식이 제공된 건 1919년이다. 영국의 ‘핸들리 페이지 트랜트포트’라는 항공사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는 노선에서 샌드위치와 과일, 초콜릿이 든 도시락을 3실링(20분의 1파운드)에 판매했다. 차가운 음식이 전부였지만, 기내식 최초의 역사가 됐다.

단조로운 구성의 기내식은 프랑스 항공사인 에르 위니옹이 27년 파리~런던 노선에 코스 기내식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당시 고급 식기에 브레스 치킨, 랍스터, 아이스크림 등을 담아 차례로 선보였다고 한다. 다만 만들어 탑승하는 형태였고, 실제 조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뜻한 기내식은 28년 루프트한자가 기내에 ‘갤리’라는 주방을 갖추면서 처음 제공됐다.

기내식은 30년대 중반 항공 기술의 발달로 기내 주방에 엔진의 열을 이용한 가열 장치를 설치하게 되면서 한층 발전하게 된다. 기내식 조리가 가능해지자 특정 항공사로 승객을 유치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고, 항공사들은 타 항공사와 경쟁을 위해 새로운 기내식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스테이크를 비롯해 해산물 요리, 푸아그라, 캐비어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했다.

70년대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 등이 생겨나면서 기내식 차별화가 이뤄졌다. 항공사들은 고급 메뉴부터 각 항공사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지역 음식까지 다양한 종류의 기내식을 만들며 선택 폭을 넓혀나갔다. 현재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기내식은 현재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항공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K기내식은 대한항공이… 한식 기내식 등장

국내 항공사들이 다채로운 메뉴로 탑승객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왼쪽에서부터 대한항공 모로코식 양고기, 이스타항공 삼색전, 제주항공의 불닭핫도그(왼쪽)와 불닭가라아게동. 각 사 제공

K기내식 역사는 69년 대한항공이 국제선에 취항하면서 시작됐다. 대한항공이 출범할 당시 국내엔 기내식 제조업체가 없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69년 11월 김포공항에 기내식 제조시설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초반에는 소고기 중심의 육류와 생선·해물 중심의 서양식 메뉴만 기내식으로 제공됐다. 80년대엔 양식·중식·일식 등으로 늘어났다.

한식 기내식은 80년대 중반 무렵 처음 제공되기 시작했다. 국내 여행객이 증가하고, 외국인의 한식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설렁탕, 불갈비, 만두 등이 기내식 메뉴로 추가됐다. 대표 메뉴인 비빔밥은 92년에 등장했다.

K기내식은 아시아나항공이 생기면서 한층 발전한다. 아시아나항공은 90년 1월 10일 김포~도쿄 국제선에서 첫 기내식을 선보였다. 메뉴는 소고기덮밥과 샐러드 디저트 등이었다. 처음에는 대한항공에서 기내식을 제공받았으나 이후 독립 운영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식 중심의 고급화 전략으로 기내식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다. 95년 상위 클래스 승객들을 대상으로 김치를 기내식에 처음 제공했고, 이후 일반석으로 확대했다. 2002년엔 공중정찬 코스, 2005년엔 영양 쌈밥을 선보였다. 영양 쌈밥은 2006년 국제기내식협회(ITCA)가 선정한 머큐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엔 김치찌개, 백김치 스테이크 등도 출시한다.

대한항공은 다국적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메뉴와 한식을 모두 강화하는 전략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비빔국수, 비빔밥 등을 출시하는 한편 최근에는 Cesta 오너 셰프인 김세경 셰프와 함께 파인 다이닝 방식의 메뉴를 새롭게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기내식의 질적 개선과 신제품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며 “고객의 선호도를 조사해 메뉴를 개발하고, 항공기 운항 계획에 맞춰 지상에서 음식을 생산한 후 기내에 탑재해 서비스 향상은 물론 수익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급성장한 저비용항공사… 다양화 승부

아시아나항공 김치찌개, 2005년 대한항공이 제공한 기내식 비빔밥. 각 사 제공

기내식은 저비용항공사(LCC) 출범 이후 더욱 다양해졌다. 2005년 국내 항공 시장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LCC는 첫 도입 시기만 하더라도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기내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간단한 스낵류가 기본으로 제공됐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운영 비용 절감과 수익 다각화를 위해 기내식을 유료화했다. LCC는 유료화를 선택한 이후 메뉴를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은 영양불고기, 산채비빔밥 등 신규 기내식 메뉴를 출시했다. 제주항공은 일본식 주먹밥(일본), 태국커리(태국), 치킨앤라이스(괌) 등 노선별로 특화된 메뉴를 선보였다. 진에어는 소불고기덮밥, 곤드레나물밥, 제육덮밥, 양념치킨밥 등을 만들었다.

유명 셰프나 맛집과 합작해 신규 메뉴를 내놓는 항공사도 생겨났다. 에어서울은 정호영 셰프와 손을 잡고 항공사 최초로 우동 기내식을 개발했다. 에어부산은 부산의 유명 맛집인 유가솜씨 닭갈비와 협업한 ‘유가솜씨 닭갈비’ 메뉴를 판매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빕스와 협업해 ‘빕스 디트로이트 피자’ 등을 선보였다.

이색 기내식도 등장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꿀호떡, 붕어빵, 삼색전 등을 기내식으로 내놓기도 했다. 에어서울 등은 객실 승무원 전용 메뉴인 크루밀을 신규 메뉴로 출시했다. 제주항공은 K푸드의 매운맛을 느낄 수 있도록 불닭소스를 활용한 ‘불닭 가라아게동’과 ‘불닭 자이언트 핫도그’를 신메뉴로 개발하기도 했다.

LCC 관계자는 “LCC는 기내식이 유료로 제공되다 보니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신규 메뉴 출시 경쟁이 치열하다”며 “앞으로도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메뉴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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