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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가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인한 비용 증가가 배경으로 지목됐다.
16(현지 시각) CNBC, CNN방송 등에 따르면,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런은 “세계 무역 전쟁으로 회사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가격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인하된 관세율에도 불구하고 소매 마진이 낮은 현실을 고려하면 모든 압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관세가 높아지면 가격도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월마트 수입 제품에 기본 10%의 관세가 부과되며,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가 적용된다. 현재 월마트의 미국 내 매출 중 약 3분의 1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베트남, 인도가 월마트의 최대 수입 시장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관세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밀런은 “장난감과 전자제품 등 중국산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 비용 압박이 크다”고 전했다.
일부 식품류에서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스타리카, 페루, 콜롬비아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아보카도, 커피, 장미 등에 부과되는 관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월마트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품목인 바나나 가격을 파운드당 50센트(약 695원)에서 54센트(약 751원)로 인상했다. 공급업체의 비용 부담 증가에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품목에 대한 본격적인 가격 인상은 이달 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레이비드 레이니는 CNBC에 “최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90일 동안 30%로 인하되기로 합의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가격 인상 속도와 규모는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가격 인상 폭은 어떤 소매 업체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달 말부터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체감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6월 신학기 쇼핑 시즌에 그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현재 월마트에서 350달러(약 48만 원)에 판매되는 중국산 카시트는 100달러(약 13만 원) 이상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관세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격 인상뿐 아니라 가격 상승으로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 중심으로 구매 물량을 줄이고 있으며, 미국 내 조달 제품 확대, 제품 소재 변경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레이니 CFO는 ”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고 다시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월마트의 수익성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며, 이익 성장세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미·중 무역 협상이 긍정적으로 전개되면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관세와 무역 정책 상황이 분기별 실적에 큰 변동성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