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진 16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에서 시민들이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수도권에 한 시간에 최고 70㎜가 넘는 물폭탄 수준의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늦은 밤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침수 등 비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20분 현재 인천과 경기 내륙에는 시간당 2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서울 등 나머지 수도권 지역 곳곳에도 시간당 5~15㎜의 비가 내리고 있다.
강한 비가 집중된 수도권 일부 지역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특히, 호우경보가 발령된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에는 오후 4시 31분을 기준으로 직전 1시간 동안 74㎜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시간당 70㎜ 넘는 비가 내리면 지대가 낮은 하천 부근의 차들은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서울도 14.2㎜의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가장 강한 비가 내렸다. 중구는 한 시간에 38㎜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동남권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표됐다. 서울시도 범람에 대비해 청계천과 도림천, 안양천 등 18개 하천의 출입을 통제했다.
기상청은 “오늘 늦은 밤까지 수도권에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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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온댔는데” 기상청 예상 뛰어넘는 폭우 왜?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은 당초 이날 오전만 해도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에 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는 대기불안정으로 인해 5~40㎜의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실제로 이날 제주와 남부 지방에는 최고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도 장마철 수준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시민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서울 용산구와 중구는 각각 74㎜와 70.5㎜의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는 124㎜로 기상청 예상보다 3배 넘는 비가 내렸다. 기상청 레이더 영상을 보면 중부 지방의 경우 좁은 지역에 걸쳐 강한 비가 집중됐다.
16일 오후 5시 기준 기상청 기상레이더 영상. 남부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도권 등 중부에 좁은 띠 형태의 강수대가 형성됐다. 기상청 제공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어제 비가 내린 뒤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아 있었는데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대기불안정이 예상보다 강해졌다”며 “기류가 모여드는 곳에 비가 국지적으로 집중해서 내리다보니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밤까지 비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누적 강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 분석관은 “상공(높은 하늘)까지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찬 공기가 빠지면 대기불안정은 점차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밤까지 비가 내리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