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앞차를 들이받으며 달려나가는 차량.
이 차량은 도로 연석을 뛰어넘어 그대로 수로에 처박혔습니다.
지난 2022년 강릉에서, 12살 손자 이도현 군을 태우고 가던 할머니의 차량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로 이 군을 잃은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하며 9억 2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오늘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가속페달을 밟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사고가 전자제어장치 결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고는 30초가량이나 계속된 급가속 상황과 "이게 왜 안 돼"라고 소리친 할머니의 블랙박스 음성이 공개돼 급발진 논란이 불거지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유가족과 제조사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여부를 두고 지난 2년 반 동안 법정 공방을 벌여왔고, 재판에서는 전자기록장치 신뢰성 감정부터 블랙박스 음향 감정, 국내 첫 현장 실도로 주행 재연 시험까지 이뤄졌습니다.
당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감정 결과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놨지만,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 감정인은 '오조작으로 가속 페달을 최대한 밟았다면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더 빨랐을 것'이라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차량 결함을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며 결국 유가족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유가족 측은 1심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