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공연계의 얼굴,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 정명훈 지휘자.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지휘자 정명훈(72)의 이탈리아 라 스칼라 음악 감독 선임은 일종의 깜짝 발표였다. 오페라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중에서도 가장 명망 있는 오페라 극장인 밀라노 라 스칼라가 247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택한 아시아인 지휘자였기 때문이다.
2027년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음악 감독은 이탈리아 지휘자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짙었다. 2015년부터 26년까지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리카르도 샤이(72) 후임으로 라 스칼라와 자주 협업했던 이탈리아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64)가 거론됐다.
그런데 정명훈의 선임에 앞서 라 스칼라의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올 2월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의 총감독 취임이다. 밀라노의 시장인 조세페 살라가 이사장을 겸하는 라 스칼라 이사회는 지난해 4월 오르톰비나를 총감독으로 확정했다. 이탈리아인 오르톰비나의 귀환은 이탈리아 지휘자 선임에 대한 확신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오르톰비나는 이사회에서 정명훈을 추천했고,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밀라노 시장 살라는 “총감독이 인사를 제의했고 선택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뜻밖의 인선은 이탈리아의 또 다른 도시, 베니스를 고려할 때 이해가 된다. 오르톰비나는 2007년 라 스칼라를 떠나 베니스의 유서 깊은 극장인 라 페니체에서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예술감독과 총감독을 맡았다. 당시 정명훈은 라 페니체에서 2012년을 비롯해 많은 시즌의 오프닝 공연, 신년 음악회 등을 맡아 지휘했다.
정명훈과 라 스칼라 극장 관계도 돈독했다. 그가 라 스칼라에서 지휘했던 공연은 총 9편의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다. 또 2023년에는 극장 오케스트라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첫 명예 지휘자로 임명됐다.
라 스칼라는 현재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현 음악감독 리카르도 샤이는 올 초부터 질병으로 인해 공연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오르톰비나 총감독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에다, 정명훈의 취임 한 해 뒤인 2028년은 라 스칼라의 250주년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로 출발해 20대에 지휘자로 데뷔한 정명훈은 1978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시작해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 교향악단,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단 등의 음악감독을 지냈다. 현재 동서양에 걸친 오케스트라에서 직위를 갖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 지휘자이며, 도쿄 필하모닉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KBS교향악단의 계관 지휘자, 다음 달 문을 여는 부산 콘서트홀과 오페라 하우스(2027년 개관)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