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일본 여행 자제 권고 이후 주말 사이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 49만 1,000건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일본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항공업계 손실만 수십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7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직후, 3일간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이 49만 1,000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해당 기간 일본행 항공권 전체 예약의 약 32%에 해당한다.
지난 14일 중국 외교부와 주일 중국대사관은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 일본 방문을 엄중히 주의하라”고 공지하며 일본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자제령 발표 몇 시간 만에 중국 주요 항공사들도 일본행 항공편에 대해 전액 환불 조치를 내놨다. 에어차이나·중국남방항공·중국동방항공 등 3대 국영 항공사를 포함한 총 7개 항공사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12월 31일까지 예약된 항공편에 대해 무료 환불 또는 일정 변경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와 문화여가부 등도 일본행 자제를 요청하면서 취소 건수는 더욱 급증했다.
독립 분석가 리한밍은 중국 본토 전체 항공사의 데이터를 인용해 “항공편 취소율은 16일 82.14%, 17 75.6%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16일 기준 항공권 취소 건수는 신규 예약의 27배에 달했다”며 “이 정도 규모의 취소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항공 정보 기업 OAG의 존 그랜트 선임 분석가는 일본 여행 자체가 일본 항공사보다 중국 항공사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일 노선 시장은 중국 항공사들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피해가 이들 항공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리한밍 분석가 역시 항공권사들의 손실이 수십억 위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내에서 자제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중국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일본 내에서는 중국인 방문객 감소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인의 일본 방문이 감소할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0.36% 감소하고, 2조 2,000억엔(약 20조 7,800억 원) 규모의 경제 손실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한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국이 대만을 해상 행상 봉쇄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봉쇄 해제를 위해 미군이 개입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함을 동원한 무력 행사가 이뤄지면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며 자위대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멋대로 뛰어든 더러운 목은 한순간에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해당 발언을 개인적 언급이라고 선을 긋는 동시에 일본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는 유지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이러한 긴장 속에서 중국 정부가 일본 방문 자제 권고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