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 당시 정보기관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 등)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구속됐다. 국무위원이 아닌 내란 관련자 중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신병 확보에 성공한 첫 사례다. 조 전 원장 신병 확보에 성공한 특검팀은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조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1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약 15시간 반만에 나온 결정이다.
11일 오전 10시10분부터 오후 2시5분까지 진행된 조 전 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팀과 조 전 원장 쪽은 범죄 혐의 소명 및 구속 필요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에 조기 호출된 조 전 원장이 계엄 선포 사실을 미리 알았음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행위는 물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등 위법한 계엄 계획을 전달받았음에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등 직무유기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된 정보를 수집하는 국정원에서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보를 국회에 신속히 전달하느냐에 따라 국회 대응 여부 및 방식도 달라지는데, 비상상황에서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또 조 전 원장이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고도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지시를 증언한 홍 전 차장의 계엄 당일 동선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는 제출했지만, 자신의 행적이 담긴 영상을 제출하라는 민주당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은 국정원이 제공한 영상을 바탕으로 홍 전 차장이 정치인 체포 명단을 메모했을 당시의 상황을 증언한 내용과 영상 속 모습에 차이가 있다며 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박종준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과 공모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섰고, 헌재와 국회에서 위증을 한 점 등을 근거로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검팀에선 11일 장우성 특검보와 국원 부장검사 등 6명이 영장심사에 참여해 482쪽 분량의 의견서와 151장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제시하며 혐의와 구속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 전 원장 쪽은 특검팀이 적용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원장 쪽은 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돼 국회 정보위 보고 등을 생각할 수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원장은 심사 말미에 직접 “대통령을 모시면서 주미대사도 하고, 국가안보실장도 하고, 국정원장도 했는데 잘 보필하지 못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송구하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 신병 확보에 성공한 특검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박 전 장관과 추 의원 영장실질심사에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박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3일 오전 10시1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추 의원의 영장심사 일정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여부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