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 3층 동아리실에서 불이 나 교사와 학생들이 초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경기고등학교에서 불이 나 학생과 교직원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최근 허위 폭발물 테러 협박으로 급히 귀가했던 학생들은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19일 서울 강남소방서는 이날 오후 2시 11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 3층 동아리실에서 불이 나 학생과 교직원 1,100여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30여 분만인 오후 2시 43분에 불을 완전히 껐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처음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 학교 측에서 오작동이라고 판단해 대피가 늦어졌다는 진술도 나왔다. 2학년 재학생인 이모군은 "경보가 계속 울리다 잠깐 멈춘 뒤, 선생님이 '오작동으로 확인됐다'고 교내방송을 했다"면서 "이후 경보가 계속 울리더니 한 학생이 뛰어다니면서 '불이야!'라고 외쳐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고 회상했다.

이군은 "얼마 전 폭탄 테러 협박 때문에 귀가했는데, 얼마 안 지나 이런 일이 발생해 충격받았고 부모님도 걱정하셨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고를 포함한 고등학교 6곳에 허위 폭발물 테러 팩스가 전달돼 학생들이 대피하고,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인 적이 있다.

다만 화재를 인식한 뒤엔 신속히 대피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경기고 학생회장 안모(17)군은 "불이 크게 번지자 교내 방송에서 학생들에게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하라'고 나왔고 각 반 임원들이 단체 대화방에 안내를 했다"며 "대피한 뒤 담임 선생님께서 각 반 학생의 인원을 확인하고 하교시켰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모두 귀가 조치시킨 상태"라고 밝혔다.

화재 당시 학생들이 경보기를 누르고, 119에 신고한 뒤 소화기로 초기 진압을 시도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화재 현장에 있던 학생은 손에 화상을 입어 보건실에서 1차 처치를 한 뒤 교사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문지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