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직원, BBC 인터뷰서 목격담 전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 등 연방 요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한국인 등을 체포한 뒤 쇠사슬을 채울 때의 모습. EPA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미국 이민 당국이 ‘급습’할 당시 혼란스러웠던 현장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현장 한국인 직원 ㄱ씨는 8일 공개된 영국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단속 순간에 목격한 혼란과 공포를 전했다.
ㄱ씨는 “직원들은 휴대전화도 사무실에 놔둔 채 끌려갔다”며 “가족들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우리는 받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처음에 “많은 전화가 동시에 울렸고, 작업을 ‘셧다운’하라는 메시지가 왔다”며 “(곧이어) 그들은 구금됐고 모든 휴대전화를 사무실에 놓고 나왔다. 전화가 걸려 왔지만 사무실이 잠겨 받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엘지엔솔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ㄱ씨는 자신은 합법적인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많은 이들은 현 트럼프 정부에서 합법적인 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ㄱ씨는 구금된 근로자들 다수가 생산라인을 설치하던 기술자들이며 하청업체에 고용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이들 가운데 소수는 서울 본사로부터 파견돼 교육받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단속된) 그들이 특수한 건설 분야에 있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이를 대체할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이번 단속에 대해 “충격을 받았지만, 놀랍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강화돼 온 상황 속에서 이번 일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는 “그들의 슬로건은 ‘미국 우선주의’이고 만약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한다면 이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일이 있고 난 뒤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다시 생각할 것”이라며 “새 프로젝트를 세팅하는 데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