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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도입된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서울시, 재정 부담 증가에 혈세 낭비 지적
"기형적 구조의 버스 준공영제 수정해야"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 합의와 파업이 철회된 15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시내 버스가 오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 합의와 파업이 철회된 15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시내 버스가 오가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이틀 만에 파업을 철회하면서 15일 버스 운행이 재개됐다. 노사 양측은 전날 진행된 임금 교섭 및 단체 협상(임단협)에서 기본급 2.9% 인상, 정년 65세 연장 등 노조의 요구가 반영된 조정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으로 회사의 적자가 불어나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의 재정 부담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파업 후 임금 0.5→2.9% 인상안 합의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조합)은 전날 9시간 가까이 이어진 협상 끝에 기본급 2.9% 인상에 최종 합의했다.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여부 등 임금 체계 개편은 이번 협상에서는 제외했다. 협상을 중재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당초 파업 전 협상에서 기본급 0.5% 인상안을 제시했다. 3% 인상을 요구했던 노조는 중재를 거부하고 13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이틀 만에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 요구안이 관철될 수 있었던 데는 시민 불편이 커지면서 부담을 느낀 서울시가 중재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0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민간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버스 운송 재정은 민간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한다.

연 평균 6000억원 대 적자, 서울시가 90% 보전

14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한 뒤 박점곤(왼쪽)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과 김정환 서울시버스사업조합 이사장이 포
14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한 뒤 박점곤(왼쪽)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과 김정환 서울시버스사업조합 이사장이 포옹을 하고 있다. 뉴스1


버스 준공영제는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안정적 운행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적자가 커지면서 문제가 됐다. 버스 회사들은 지자체의 재정 지원(보전금)에 의존해 경영 효율화 노력을 게을리하고, 노조는 실질적 예산권을 쥔 서울시를 압박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 운송 수지는 2021년부터 2025년동안 연 평균 6,67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중 서울시가 6,000억 원가량을 보전해줬다. 버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보전해주기 때문에 사측이 노조의 임금 인상안을 들어줬다"며 "그래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여서 협상이 난항이었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임금 체계 개편이 이뤄질 경우 임금 인상률은 20%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사측은 이를 감안해 10%대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판결 확정 이후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번 협상에서는 빠졌다. 업계에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 체계를 개편하면 10%가 넘는 임금 상승 효과가 나타나 서울시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버스 파업 막을 길 없어... 준공영제 재검토 필요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끝난 15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버스들이 움직이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끝난 15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버스들이 움직이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이번 파업처럼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정작 파업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준공영제의 한계로 지적된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철도나 항공과 달리 시내버스는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파업 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의무가 없다. 실제로 이번 파업 첫날 출근 시간대 운행률은 6.8%까지 떨어지며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2024년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건의했으나 노동권 침해 우려와 대체수단 존재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행 시스템이 시장의 원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성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준공영제는 적자 보전을 넘어 업체 경영비와 이윤까지 보장해 주는 기형적 구조"라며 "코로나19 등 경영 위기에도 2004년 준공영제 당시 존재했던 65개 사업체가 거의 그대로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익성 있는 노선은 민영제로 전환하고,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시가 직접 운영하는 등 노선별 특성에 맞는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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