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장관·공화당도 “파월 수사 반대”
대응 자제했던 파월, 영상 통해 공개 반발
연준 독립성·통화정책 신뢰성 우려 커져
금 선물 가격 장중 3.1% 올라 사상 최고치
대응 자제했던 파월, 영상 통해 공개 반발
연준 독립성·통화정책 신뢰성 우려 커져
금 선물 가격 장중 3.1% 올라 사상 최고치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형사 기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미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국제 금값이 급등했다. 역대 연준 의장과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공동으로 비판 성명을 냈고,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앨런 그린스펀·벤 버냉키·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과 제이슨 퍼먼·그레고리 맨큐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등 13명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건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며 인플레이션과 더 넓게는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치주의가 우리 경제 성공의 토대이자 가장 강력한 힘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 동참한 이들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역대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에서 두루 재직했다. 옐런 전 의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기소 추진에 대해 “극도로 소름 끼친다”라며 “(금융)시장은 이 사안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연준의 독립성 및 통화정책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3.1% 오른 온스당 4638.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이 1970년대식 ‘대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왔다. 아타칸 바키스탄 베렌버그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연준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통화 완화 정책을 추구한다면, 1970년대 벌어졌던 최악의 위험 시나리오와 닮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가디언에 지적했다. 재깃 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도 “전 세계에 달러 표시 자산이 얼마나 많은지 잊으면 안 된다”며 “우리가 달러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에 두지 못한다면 이 같은 자산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 간에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정면충돌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기소 추진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의장 임기가 끝난 후에도 연준에 남아 2028년까지 이사 임기를 다 채울 경우, 연준의 과반수를 친트럼프 인사로 채우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권 때 임명된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 연방주택금융청을 동원해 대출 기록을 탈탈 털었지만 결국 법원의 제동으로 실패한 바 있다.
제롬 파월연준의장.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충돌은 단순히 금리에 대한 문제를 넘어 “권력에 대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연준을 누가 장악하고 통제해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싸움이 됐다는 것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는 차기 연준 의장이 누가 되더라도 “내 뜻과 다르게 움직이면 파월처럼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공격에도 그동안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는 전날 영상을 통해 “(개보수 비용은) 모두 핑계일 뿐, 형사 기소 위협은 대통령의 (금리) 선호를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강조함으로써 그동안 대통령으로부터 받아온 압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금리를 낮추고 싶어하는 대통령과 연준 간의 긴장은 늘 존재해왔지만, 이처럼 연준 의장과 대통령이 드러내놓고 정면충돌하는 것은 미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법적 싸움을 위해 워싱턴 최고 로펌 중 하나를 고문으로 선임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내에서도 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존 케네디 공화당 의원(루이지애나)은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대출 비용을 오히려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법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후임 의장 인준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