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범들에 대한 9일 결심 공판이 핵심 공범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측의 변론 시간 끌기 전략으로 연기됐다. 이날 공판은 15시간이나 진행됐는데도 조은석 특검은 구형조차 못했고, 윤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의 중대성을 고려해 재판부가 이날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려 했던 의도는 납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법리적 ·절차적 변론으로 볼 수 없는, 극우 성향인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규합하기 위한 선동적 발언들을 아무런 제지 없이 쏟아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재판이 녹화중계된다는 점까지 의식하면서 법정을 정치선전의 장(場)으로 악용하려 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에 대해 “장난하듯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신고도 안 된 집회를 벌였다”면서 “군과 경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궤변을 폈다.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은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사살해도 할 말이 없는 범죄”라는 억지를 부렸다. 좌파인사 체포 방안을 적은 수첩을 작성해 충격을 줬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변호인은 “피고인이 혼자 술을 마시며 쓴 것에 불과하다”는 무성의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시대착오적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가를 일시에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지적했듯 계엄이 신속히 해제되고 질서가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들의 소극적 임무수행 덕분이었다는 건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정작 이들을 법적으로 심판할 형사법정이 민주주의 파괴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시민들을 모독하는 장소로 활용됐다는 점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재판부는 13일 윤 전 대통령의 서증조사와 최후변론, 특검 구형을 진행한다고 한다. 피고인의 방어권은 존중해야 하지만, 이 역사적 재판을 시간 끌기나 정치선동의 장으로 악용하려는 의도가 보일 경우 단호하게 제지해 법원의 권위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