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보호·맞춤 관리로 글로벌 수출 2위 도약
아마존·세포라·울타도 K뷰티 입점 경쟁 치열
뷰티 디바이스·ODM까지 성장 축 확대
‘케이(K)팝’, ‘K드라마’로 대표되던 ‘K’의 영향력이 여러 유통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해외 진출 과정에서 현지화는 필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한국만의 고유한 방식과 감성이 오히려 새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된 사례들을 조명하고,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그간 세계 뷰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 온 미국과 유럽은 피부 결점을 보정하는 색조 화장품 기술에 초점을 맞춰 왔다. 반면 한국은 피부 결점이 생기지 않도록 피부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보호하는 것을 우선시했고, 기초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위주의 기술 발전을 이뤄왔다.
이 같은 한국식 뷰티 루틴과 기술은 이제 세계 뷰티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 규모는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작년 1~11월 누적 수출액은 103억6100만달러(약 14조9500억원)를 기록하며 2024년 전체 수출액(101억7800만달러·약 14조6800억원)을 넘어섰다. 화장품은 한국 10대 수출 품목에도 진입하며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서양에서는 피부 관리를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빠르게 끝내는 것이 문화적 관행이었지만 K뷰티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K뷰티를 정의하는 요소는 단순히 한국에서 제조됐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배리어 케어(피부 보호막 관리·Barrier Care)’에 있다”고 평가했다.
‘K뷰티 모시기’ 나선 해외 유통사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은 지난해부터 K뷰티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전용관 개설과 프로모션 강화에 나섰다. 아마존 미국은 지난해 10월 처음 K뷰티 전용 스토어를 열고 한국 브랜드 200여개를 선보였고, 이 중 60여개 브랜드는 단독으로 판매했다. K뷰티는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전체 검색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판매량은 다른 뷰티 제품군 대비 세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등 대형 할인 행사에서도 K뷰티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에이피알은 브랜드 메디큐브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 7월 8~11일 프라임데이 기간 매출 300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던스와 브이티코스메틱의 마스크 제품도 각각 미국과 일본 아마존 스토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의 양대 뷰티 리테일 체인인 세포라(Sephora)와 울타뷰티(Ulta Beauty)는 유망 K뷰티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스킨케어 브랜드 한율과 에스트라, 조선미녀, 토리든 등은 세포라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세포라는 K뷰티 라인업을 기존 대비 2배로 늘렸고, 올해 더 많은 브랜드를 확보할 계획이다.
울타뷰티도 지난해 아누아, 메디큐브, 티르티르, 퓌, 언리시아 등 신규 K뷰티 브랜드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K뷰티 전문 편집 플랫폼 ‘K뷰티 월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전역 1400여 개 매장에 K뷰티 전문 매대를 설치하고 있다.
K뷰티 새 먹거리 된 ‘뷰티 디바이스’
최근 K뷰티의 성장축은 뷰티 디바이스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는 고주파나 초음파, 발광다이오드(LED) 파장 등으로 미백, 모공·탄력 개선 등을 도와주는 전자기기다. 국내 업체들은 피부과 장비의 원리를 소형화해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디바이스 제품은 ‘개인 맞춤형 피부 관리’ 기능으로 K뷰티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사용자가 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적합한 피부 관리 루틴을 설정하는 식이다. 한국 뷰티 디바이스 제품들은 2020년부터 매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의 혁신상을 휩쓸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은 지난해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에이지알의 글로벌 누적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500만대를 돌파했다.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나왔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월 LG전자의 미용 기기 브랜드 LG 프라엘(Pra.L)을 넘겨받은 뒤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2014년부터 자사 화장품과 연계한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makeON)’을 통해 마사지기, LED 마스크 등 각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ODM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들도 K뷰티의 글로벌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로 대표되는 한국 ODM은 단순 제조뿐만 아니라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형을 개발하고, 공정 기술을 고도화하며 인디 브랜드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 폭넓은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했다.
글로벌 ODM 1위 업체인 코스맥스의 연간 생산능력(CAPA)은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을 포함해 33억개에 달한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에 있는 R&I(연구·혁신) 센터에는 1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8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고, 누적 특허 등록 건수는 770여 개에 달한다.
글로벌 ODM 3위 한국콜마는 지난해 6월 미국 제2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CAPA를 3억개까지 늘렸다. 캐나다 공장을 더한 CAPA는 약 4억7000만개로, 북미 화장품 ODM 중 가장 크다. 한국콜마는 현지 생산 능력을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뷰티 브랜드들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직면하는 관세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목표다.
이재명 대통령은 “K뷰티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며 “우리 화장품 산업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세포라·울타도 K뷰티 입점 경쟁 치열
뷰티 디바이스·ODM까지 성장 축 확대
‘케이(K)팝’, ‘K드라마’로 대표되던 ‘K’의 영향력이 여러 유통산업 분야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해외 진출 과정에서 현지화는 필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한국만의 고유한 방식과 감성이 오히려 새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이 된 사례들을 조명하고,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그간 세계 뷰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 온 미국과 유럽은 피부 결점을 보정하는 색조 화장품 기술에 초점을 맞춰 왔다. 반면 한국은 피부 결점이 생기지 않도록 피부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보호하는 것을 우선시했고, 기초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위주의 기술 발전을 이뤄왔다.
이 같은 한국식 뷰티 루틴과 기술은 이제 세계 뷰티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 규모는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작년 1~11월 누적 수출액은 103억6100만달러(약 14조9500억원)를 기록하며 2024년 전체 수출액(101억7800만달러·약 14조6800억원)을 넘어섰다. 화장품은 한국 10대 수출 품목에도 진입하며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서양에서는 피부 관리를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빠르게 끝내는 것이 문화적 관행이었지만 K뷰티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K뷰티를 정의하는 요소는 단순히 한국에서 제조됐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배리어 케어(피부 보호막 관리·Barrier Care)’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정서희
‘K뷰티 모시기’ 나선 해외 유통사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은 지난해부터 K뷰티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전용관 개설과 프로모션 강화에 나섰다. 아마존 미국은 지난해 10월 처음 K뷰티 전용 스토어를 열고 한국 브랜드 200여개를 선보였고, 이 중 60여개 브랜드는 단독으로 판매했다. K뷰티는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전체 검색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판매량은 다른 뷰티 제품군 대비 세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등 대형 할인 행사에서도 K뷰티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에이피알은 브랜드 메디큐브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 7월 8~11일 프라임데이 기간 매출 300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던스와 브이티코스메틱의 마스크 제품도 각각 미국과 일본 아마존 스토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의 양대 뷰티 리테일 체인인 세포라(Sephora)와 울타뷰티(Ulta Beauty)는 유망 K뷰티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스킨케어 브랜드 한율과 에스트라, 조선미녀, 토리든 등은 세포라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세포라는 K뷰티 라인업을 기존 대비 2배로 늘렸고, 올해 더 많은 브랜드를 확보할 계획이다.
울타뷰티도 지난해 아누아, 메디큐브, 티르티르, 퓌, 언리시아 등 신규 K뷰티 브랜드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K뷰티 전문 편집 플랫폼 ‘K뷰티 월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전역 1400여 개 매장에 K뷰티 전문 매대를 설치하고 있다.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의 모델 장원영이 '부스터 프로 미니 플러스' 제품을 들고 있다. /에이피알 제공
K뷰티 새 먹거리 된 ‘뷰티 디바이스’
최근 K뷰티의 성장축은 뷰티 디바이스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는 고주파나 초음파, 발광다이오드(LED) 파장 등으로 미백, 모공·탄력 개선 등을 도와주는 전자기기다. 국내 업체들은 피부과 장비의 원리를 소형화해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디바이스 제품은 ‘개인 맞춤형 피부 관리’ 기능으로 K뷰티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사용자가 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적합한 피부 관리 루틴을 설정하는 식이다. 한국 뷰티 디바이스 제품들은 2020년부터 매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의 혁신상을 휩쓸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은 지난해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에이지알의 글로벌 누적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500만대를 돌파했다.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나왔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월 LG전자의 미용 기기 브랜드 LG 프라엘(Pra.L)을 넘겨받은 뒤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2014년부터 자사 화장품과 연계한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makeON)’을 통해 마사지기, LED 마스크 등 각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스맥스 생산시설 내부 전경. /코스맥스 제공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ODM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들도 K뷰티의 글로벌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로 대표되는 한국 ODM은 단순 제조뿐만 아니라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형을 개발하고, 공정 기술을 고도화하며 인디 브랜드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 폭넓은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했다.
글로벌 ODM 1위 업체인 코스맥스의 연간 생산능력(CAPA)은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을 포함해 33억개에 달한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에 있는 R&I(연구·혁신) 센터에는 1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8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고, 누적 특허 등록 건수는 770여 개에 달한다.
글로벌 ODM 3위 한국콜마는 지난해 6월 미국 제2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CAPA를 3억개까지 늘렸다. 캐나다 공장을 더한 CAPA는 약 4억7000만개로, 북미 화장품 ODM 중 가장 크다. 한국콜마는 현지 생산 능력을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뷰티 브랜드들이 미국 진출 과정에서 직면하는 관세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목표다.
이재명 대통령은 “K뷰티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며 “우리 화장품 산업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